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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투표시간 연장 여부를 놓고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에 맞서 공동전선을 형성했다.
29일 현재 문 후보와 안 후보는 유권자들의 ‘선택권 보장’을 이유로 투표시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단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유권자들의 ‘선택권 보장’이라는 이들의 주장에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어떤 형태로든 유권자들의 선택권이 제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 후보와 안 후보가 그런 주장을 할 자격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지금 ‘정권교체’를 명분으로 후보단일화를 모색하고 있지 않는가.
양 측이 후보단일화를 할 경우, 어느 한 쪽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선택권을 박탈당하게 되는 셈이다. 이거야 말로 인위적인 ‘선택권 제한’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문 후보는 전날 대전·세종·충남 지역 선대위 출범식에서 “최근 정치학회 조사를 보면 840만명의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일 때문에 투표하지 못한 비율이 64.1%”라며 “밤 9시까지 투표시간을 연장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 역시 같은 날 서울 공평동 캠프에서 열린 ‘투표시간연장 국민행동 출범식’에 참석해 “박근혜 후보는 100%의 대한민국을 말씀하신다”며 “100% 유권자들에게 투표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서 선거법 개정에 동참하시리라고 믿는다”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측 이정현 공보단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재의 투표시간은 40여년간 아무 탈 없이 진행됐고, 국민에게 익숙한 제도”라며 “현 제도에서 정권교체도 하고 제1당도 됐으면서, 대선을 50일 앞두고 투표시간 연장을 주장하는 것은 뜬금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물론 이정현 공보단장의 주장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문재인 후보가 “정치 선진국들은 투표시간이 밤 10시까지인 나라도 많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나라도 대부분 오후 6시면 투표가 끝난다.
더구나 지금 투표율이 저조한 것은 투표시간 때문이 아니라,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불신이 주요 원인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로 알만한 일이다.
실제 13대 대통령 선거 당시는 투표율이 무려 89.2%에 달했으나, 14대 81.9%, 15대 80.7%, 16대 70.8%, 17대 63.0%로 점점 투표율이 떨어졌다. 물론 투표율이 80%대를 넘어섰던 13대, 14대, 15대 때에도 투표시간을 연장한 것은 아니었다. 그 때도 지금처럼 오후 6시면 투표를 마쳤었다.
결국 투표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정치에 대한 국민의 무관심이 투표율 저하를 초래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단 한 사람이라도 더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고, 그래서 단 1%라도 투표율이 더 올라갈 수만 있다면, 국민의 선택권 확대 차원에서 굳이 이를 반대하지 않겠다.
하지만 그토록 ‘유권자 선택권’을 강조하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지금 그 선택권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려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진정성은 의심받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여론조사에 따르면, 두 후보가 단일화를 할 경우 이탈표가 20%에 달한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 여론조사 전문가는 그로 인해 기권할 유권자들이 10% 정도는 될 것이라고 한다. 실제 정당 후보인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안철수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경우, 무소속 대톨령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차라리 또 다른 정당 후보인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거나 기권하게 될 것이고, 민주당에 대한 불신이 깊어서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문재인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경우, 역시 박 후보를 지지하거나 기권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결국 어느 쪽으로 단일화가 이뤄지든 유권자들은 원치 않는 선택을 하게 되는 셈이다.
이것이야말로 유권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행위가 아니겠는가.
따라서 투표시간을 연장해 선택권을 보장해 주자고 말하기에 앞서, 후보단일화 논의를 포기하는 것으로 유권자들의 선택권을 폭넓게 보장해 주는 게 유권자들에 대한 예의이자 도리 아니겠는가.
후보단일화를 통해 유권자들의 선택권을 반토막내려고 하는 후보들이, ‘유권자들의 선택권을 위해 투표시간을 연장하자’는 주장은 아무래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자신들의 주장에 진정성이 담보되려면, 먼저 후보단일화 논의 포기를 선언하는 게 우선 아닐까?
모쪼록 ‘무조건 이이고 보자’는 식의 후보단일화 논의가 중단되고, 더불어 투표시간 연장 논의가 진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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