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自中之亂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2-11-01 15: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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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민주통합당이 12월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적전분열 양상을 빚고 있다.


하지만 이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난 전당대회 당시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이른바 ‘이-박 담합’을 할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실제 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새로운 정치위원회'가 '정치 쇄신'의 방안으로 당 지도부 총 사퇴를 요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위원회는 지난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회의를 열고 이해찬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등을 포함한 지도부의 총사퇴를 요구키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새정치위원회가 요구하는 사퇴 범위는 이 대표 및 박 원내대표를 포함한 김한길·추미애·강기정·이종걸·우상호 최고위원 등이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이해찬 대표는 1일 "견해의 차이가 있고 시각의 차이가 있지만, 우리가 힘을 합쳐야 승리할 수 있다"며 사실상 사퇴요구를 일축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지금은 누구를 탓하고 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언론에 (지도부 사퇴 요구에 대한) 여러 보도도 나오고 여러 얘기도 나오지만 그 모든 것이 정권 교체로 인한 간절한 소망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아주 많다"이라고 사실상 사퇴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어 그는 "선거가 50일도 남지 않았는데 판세도 잡히지 않는 선거는 처음인 것 같다"며 "판세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이쪽도 어렵고 저쪽도 어렵다"고 말했다.


박지원 원내 대표 역시 "지금은 내분의 모습을 보일 때가 아니다"라며 사퇴거부를 의사를 밝혔다.


그는 "지금은 대선 승리에 전념할 때"라며 "지금도 선대위에 개입하지 않고 원내 현안 대책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내대표는 또 자신이 사퇴할 경우 투표시간 연장 등 법안 처리 및 예산안 처리 등 원내대표의 업무 공백에 차질이 생긴다는 점을 이유로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모두 ‘단결’을 이유로 사퇴거부의사를 분명하게 한 셈이다.


다만 지난 전당대회에서 ‘이-박 담합’에 의해 대표 자리에 오르지 못했던 김한길 최고위원만 이날 사퇴의사를 밝혔을 뿐이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저부터 내려놓겠다.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겠다"면서 사퇴의사를 밝혔다.


그는 "정치쇄신은 시대정신"이라면서 "대선승리를 위해서는 문재인 후보가 우리 정치의 쇄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도부 출범 이후 지난 다섯 달 동안 지도부가 민주당의 변화와 쇄신을 실천하지 못한 점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지도부의 일원인 제게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 후보는 민주당에 엄연히 존재하는 기득권 정치를 깨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면서 "문 후보가 민주당의 쇄신을 거리낌 없이 이끌 수 있도록 현 지도부가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용퇴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며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했다.


이어 그는 "지도부의 전권을 후보에게 위임했음으로 대선기간 동안 지도부의 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문재인 후보 측이 사실상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를 겨냥해 당 지도부의 총사퇴를 요구하고 나섰으나, 정작 당사자인 그들은 사퇴요구를 일축해 버렸고, 김한길 의원만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셈이다.


그러자 문재인 후보가 직접 갈등봉합에 나섰다.


문후보는 자신의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새로운정치위원회가 정치 쇄신안으로 당 지도부 사퇴를 요구키로 결정했음에도 "민주당 쇄신이라는 것이 곧바로 지도부의 퇴진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문 후보는 이날 오전 강원도 고성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완전한 (지도부) 퇴진이 이뤄져야 민주당 쇄신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충정에서 그런 논의가 나온 것으로 이해한다"면서도 "그 점은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문제가 많기 때문에 저한테 좀 맡겨 주고 시간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쩌면 문 후보의 이같은 발언은 ‘이-박 담합’세력의 도움으로 2차 결선투표없이 자신이 손쉽게 민주당 후보가 될 수 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은차원에서 이뤄진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미온적인 태도로 민주당의 갈등이 쉽게 봉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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