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단일화, 조기에 매듭지어라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2-11-06 16: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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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당초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야권 후보단일화 논의가 블랙홀이 되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면서 정책선거가 실종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아니나 다를까,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부동의 1위 후보’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꺾기 위해 6일 긴급회동을 갖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모든 언론의 관심은 이른바 ‘단일화 회동’에 쏠렸다.


새누리당 김무성 선대위 총괄본부장도 “오늘 부터 문재인 안철수 회동으로 대선후보에 대한 인물검증과 정책검증이 단일화 블랙홀로 빠져서 국민에게 주어진 중요한 권리 박탈되게 됐다”고 포문을 열었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가 출마 선언을 한 뒤 전체 기간의 88%인 162일 동안 단일화 쇼를 해 국민의 검증 기회를 박탈했다는 것.


그는 또 후보단일화에 대해 “실패한 국정 운영과 국정 무경험의 결합”이라고 맹비난했는가 하면, “두 사람이 단일화될 경우 내부 권력 싸움과 오락가락한 정책에 따른 사회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모르겠다. 그의 지적처럼, 정말 두 사람이 후보단일화를 해서 공동정부를 구성할 경우에 양측이 권력 배분과정과 공약이행과정에서 갈등을 빚고 그로 인해 국민들이 혼란에 빠질지, 아니면 적당히 잘 타협해서 끝까지 국정운영을 원만하게 이끌어 나갈지는 그 누구도 속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 진행되는 후보단일화 논의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정작 집권 후 국정운영방향을 판가름할 정책이 실종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 이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획기적인 정치쇄신 방안을 발표했다.


박 후보가 밝힌 방안 중에서 "지방선거에서는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겠다"거나 "국회의원 후보자 선출에 대해는 여야가 동시에 국민참여 경선으로 선출하는 것을 법제화하고, 비례대표 공천에 있어서도 밀실 공천을 없애겠다"는 것은 여야 모든 정당에서 논의수준에 머물던 것을 한 차원 끌어 올린 것으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특히 “국회 윤리위원회를 전원 외부인사로 구성하고, 실질적인 권한을 주어서, 건강한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국회의 윤리규범을 바로 잡도록 하겠다”는 약속과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엄격히 제한하고 불체포 특권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점은 주목할 만하다.


또 “보다 효율적이고 민주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국무총리와 장관에게 헌법과 법률에 따른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겠다”며 “현재 사문화되어 있는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을 보장하고, 장관에게도 부처 및 산하기관장에 대한 인사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힌 점 역시 국민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하다.


더구나 “되풀이되는 부패의 고리를 이번에는 끊어야 한다”며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해서,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들의 비리와 부패를 원천적으로 근절하겠다”고 강조한 점은 참으로 시의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모든 언론사 정치지면의 대부분은 ‘문-안 회동’에 모아졌고, 박 후보의 이 같은 정치 쇄신안은 우리나라 정치 지형을 뒤바꿀만한 대단히 중요한 것임에도 그냥 묻히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그래서 ‘단일화 회동’을 ‘꼼수’로 보고 있는 시각도 있다.


실제 새누리당 이주영 특보단장은 “단일화 이슈 삼아서 국민 관심이나 끌다가 깜짝쇼 하도록 하는 것은 국민들이 판단하는 시간 뺏어서 검증 피하려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것도 잘 모르겠다.


정말 ‘꼼수’ 차원에서 후보단일화 논의시기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시간을 질질 끌다가 이제 후보등록을 불과 20여일 남겨둔 시점에서 후보단일화를 논의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말 못할 개인적인 사정이 있는 것인지, 그 속내를 어찌 알겠는가.


다만 분명한 것은 뒤늦은 후보단일화 논의로 집권 후 5년간 국정을 운영해 나갈 방향, 공약과 정책들이 제대로 검증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국가발전이 저해될 수도 있고, 국민의 삶의 질이 더욱 팍팍해 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걱정이고, 후보단일화가 조속한 시기에 매듭지어 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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