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언론사 인사에 관여 말라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3-03-25 16: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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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이명박 정부의 상징적 인물인 MBC 김재철 사장 해임안 상정문제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MBC의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26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김 사장 해임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앞서 방문진은 지난 주말 김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이사회에 전격 상정한 바 있다.

김 사장의 경우 야당으로부터 그동안 줄곧 퇴진 요구를 받아왔고,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김 사장 해임 필요성에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도 김 사장 해임 문제가 지난 선거 과정과 이번 정부조직법 개편안 과정에서 상당한 부담을 줬던 만큼 굳이 이명박 정부의 상징적 인물인 김 사장의 해임을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는 이를 명분과 실리 모두를 얻을 수 있는 카드로 활용하고 싶은 유혹을 받을지도 모른다.

사실 김 사장은 그동안 너무나 많은 문제를 일으켜 왔다.

따라서 그의 해임안이 전격 상정된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의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 문제를 놓고 정치권이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대대표는 25일 김재철 MBC 사장 해임안을 상정한 방문진에 대해 "외부개입으로 결론이 뒤집어지면 국민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고 제2의 촛불집회가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김 사장의 해임안 상정은 네번째지만 여당추천 이사 3명이 동참해 이번에는 해임안의 통과를 확신한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방문진은 이번에 제대로 권한을 행사해서 거리로 쫓겨난 MBC 노동자의 복직은 물론이고 추락한 공영방송 MBC의 위상을 되살리기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박홍근 비대위원도 "방문진은 김재철 사장 해임을 MBC 정상화와 구성원의 명예회복의 기회로 삼아 MBC 구성원을 당장 제자리로 원상복귀시켜야 한다"며 "근본적으로는 사장 뿐 아니라 방송지배구조를 바꿔야한다.
국회 방송공정성특위가 가동돼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날 진보정의당도 이지안 부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한마디 했다.

이 주대변인은 “김재철 MBC 사장이 내일 해임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추천한 방문진 이사의 합의로 해임안이 상정됐기에 어느 때보다 해임 가능성은 높다.
이번엔 반드시 김재철 사장을 해임하고 MBC의 정상화를 앞당기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또 “특히 공정성 회복을 위해 김재철 사장에 맞서 싸우다 해고된 노조원들을 무조건 원직복직시키고 김재철 사장의 보복인사를 우선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아주 노골적으로 방문진에게 김 사장을 해임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자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무슨 권한으로 김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느냐. 정치적으로 입김을 불어넣자는 것이냐"며 "공정방송을 하자는 사람들이 언론사 사장을 어떻게 하자는 게 말이 되느냐"고 쏘아 붙였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이는 듣기에 따라 김 사장의 해임안에 대한 반대 입장으로 들릴 여지가 다분하다는 점에서 이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김재철 사장의 해임안 문제는 MBC 방송이라는 한 언론사의 문제이고, 폭넓게 본다고 해도 언론인들의 문제로 정치권이 나서서 ‘콩이야 팥이야’ 할 문제는 아니다.

정치권이 언론사의 인사문제에 이처럼 직접 개입하는 전력을 남긴다면, 향후 정치권의 입김은 더욱 거세질 것이고 언론사가 정치권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비극적인 상황으로 치달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여야 각 정당은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되 민주당처럼 ‘제 2의 촛불 집회’ 운운하면서 으름장을 놓는 일은 물론이고, 과거 이명박 정부 당시 여당처럼 김 사장의 방패역할을 하는 일 따위는 없어야 할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새누리당과 민주당 정의당 등 여야 각 정당은 김 사장 해임문제와 관련해서는 침묵을 지키는 것이 맞다.
MBC의 최대주주인 방문진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맡기고, 그 결과가 나온 후에 찬반 논의를 하는 것은 몰라도, 해임안 처리를 하루 앞둔 시점에 정치권이 왈가불가 하는 것은 아무래도 압력으로 비춰질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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