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5.4전대에 혁신이 빠졌다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3-04-02 15: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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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5.4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통합당이 친노-주류 측과 비주류 측의 진흙탕 싸움으로 인해 언제나 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다.

주류 측과 비주류 측이 모두 ‘혁신’을 말하고 있지만, 그 어느 쪽에서도 ‘혁신다운 혁신’의 모습은 찾아기 어렵다.

마치 4.24 재궐선거에서 서울 노원병에 출마한 안철수 무소속 후가 입으로는 ‘새정치’를 말하면서도, 새 정치의 모습을 행동으로 여주지 못하는 것과 너무나 닮았다는 느낌이다.

실제 김한길 의원은 2일 민주당 5·4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거나 검토 중인 강기정·이용섭·신계륜·이목희 의원 등 이른바 반(反) 김한길 연대의 단일화 논의와 관련, "혁신의 이름으로 가장 반혁신적인 말씀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한길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전원책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여전히 계파정치를 계속 하겠다거나 우리는 대선과 총선에서 패배했지만 책임질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모습을 가지고는 혁신이라는 말을 할 수 없다"고 쏘아 붙였다.

이어 그는 "나머지 앞으로 미래에 대해서만 혁신을 이야기 하자는 게 혁신이라면 참 걱정되는 혁신"이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김 의원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강기정 의원이 이날 오전 SBS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에 출연, 4자회동에 대해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이냐 이야기를 하다니까 네분이 만나게 된 것이다. 김한길 후는 새로운 리더십의 어떤 범주에 들지 않는 것으로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김 의원을 겨냥해 "소위 말해서 친노 표가 왜 김한길 후에게는 가지 않는 것이냐는 김 후 측에서 고민해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즉 친노 주류 측이 김 의원에 지지를 내지 않는 것은 그가 ‘혁신’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라는 비판인 셈이다.

그러나 양 측 모두 ‘혁신’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는 주류 측과 비주류 측의 헤게모니 쟁탈전이라는 것을 모르는 유권자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실제 범주류 측 강기정 의원은 "비주류가 당권을 잡기 위한 가공의 티켓이 있어야 하니 친노 핵심의 지원을 받는 범주류를 만들어내서 김한길 후 아니면 모두가 범주류란 구도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김 의원의 분열구도식 선거전략을 비판했다.

이에 맞서 김 의원은 "당을 이렇게 또 편 가르기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것, 아직도 민주당 정신 못 차렸구나 국민들이 이렇게 말씀하실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쏘아붙였다.

즉 서로가 “네 탓”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양측이 이처럼 치열하게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이유는 그 어느 쪽도 절대우세를 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민주당 대의원과 당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김한길 의원이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그의 지지율은 30%대에 그쳤다.

반면 범주류 측에 속하는 추미애 의원(15.4%) ▲이용섭 의원(14.0%) ▲강기정 의원(10.4%) ▲신계륜 의원(7.0%) ▲이목희 의원(3.6%) 등의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이들 전체의 합계는 50%가 넘는다.

이른바 ‘반김(김한길)연대’의 단일 후가 나올 경우, 승패가 갈릴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여론조사 결과인 것이다.

실제 대선패배 책임과 인적쇄신을 주창하는 비주류 후와 당의 단합과 혁신을 주창하는 범주류 후의 1대1 구도가 될 경우, 당원, 대의원은 비주류 후(31.6%)다 범주류 후(48.8%)를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여론조사는 JTBC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달 31일 민주당 대의원, 당원 1000명과 일반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RDD(임의번호걸기)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됐다.

이렇게 어느 한 쪽도 확실한 우세를 장담하기 어렵다니, 말로는 ‘혁신’을 운운하면서도 양 측 모두 세과시를 위한 편 모으기를 시도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과연 4.24 재궐선거를 어떻게 치르려는지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3개 국회의원 보궐선거 가운데서 이미 한 곳은 자당 후조차 내지 못했고, 나머지 두 곳도 승리를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과연 이런 정당이 오는 10월 재궐선거나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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