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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4·24 재보궐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제 1야당인 민주통합당의 존재감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출마로 주목받는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조차 민주당의 역할이 별로 부각되지 않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존재감이라면 고작 안 후보를 배려해 ‘무공천’ 방침을 결정한 것이 전부다.
민주당이 안 후보를 지원하고 싶어도 안 후보 측이 원하지 않는 상황이다.
실제 안 후보측 관계자는 "민주당 중앙당에 지원을 요청할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어쩌면 새 정치를 외치며 출마를 선언한 안 후보 입장에서는 민주당의 지원이 오히려 득표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분위기는 이미 민주당이 ‘무공천’ 방침을 결정할 때부터 나타났었다.
당시 안 후보 측 송호창 의원과 김성식 전 의원 등은 노골적으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었다.
송 의원은 “안철수 후보 같은 경우는 지지하는 사람들이 야권 지지자들도 있고 여권 지지자들도 있는 것이 아주 고유한 특징”이라 “야권 지지자들의 입장에서는 반가울 수가 있는 일인데 여권 지지자들 입장 같은 경우는 상당히 경계하는 그런 게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 역시 “세상에는 모든 일에 빛과 그림자가 있다”며 “좀 수월해진 측면도 있겠으나 또 동시에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즉 민주당 무공천 방침이 안 후보에게 결코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민주당이 무공천 방침을 결정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안 후보의 압승을 예고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져 나왔었다. 그러나 무공천 결정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안 후보와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가하면, 어느 여론조사에서는 비록 오차범위 내이지만 허 후보가 앞서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었다.
따라서 안 후보가 민주당 중앙당 차원의 지원을 보이콧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아무튼 ‘민주당이 전략적으로 안 후보를 돕는다’고 발표하면 안 후보에게는 도움이 안 되는 게 현실이다.
128석의 막강한 의석을 거느린 제 1야당의 지원이, 그것도 노원병과 같은 야권 강세지역에서 오히려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에게 마이너스가 될 정도라면, 그런 정당이 과연 존재감이 있기나 한 것일까?
이번 4.24 재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는 서울 노원병, 부산 영도, 충남 부여·청양 등 3곳에 불과하지만 이들 지역의 정치적 상징성이 크고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과연 민주당이 그 가운데 어느 곳 하나라도 승리를 기대할만한 곳이 있는가?
부산 영도에 문재인 전 대통령 후보, 충남 부여 청양에 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 거물급 인사들이 각각 민주당 후보 지원에 나설 계획이라지만, 민주당의 승리를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런데 서울 노원병에서 마저 민주당 지원 없이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홀로서기에 성공할 경우, 민주당은 사실상 4.24 재보선에서 완패를 하게 되는 것이다.
새 정부 들어서 치르는 첫 선거에서 완패할 경우, 오는 10월 재보선은 물론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은 그 존재감을 찾기 어려워 질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 민주당이 하는 모습을 보면, 그저 한숨만 나온다.
민주당은 지금 뼈를 깎는 자성을 하고, 환골탈태하려는 노력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인데, 진흙탕 속에서 계파 싸움이나 벌이고 있지 않는가.
실제 5.4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 각 언론은 민주당의 혁신보다 ‘김한길 대 반김연대’의 대결구도에만 온통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말로는 ‘혁신’을 한다고 하지만, 국민들은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혁신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래서 답답하다. 그나마 제 1야당이 어느 정도 의석을 확보해 줘야 거대 여당을 견제 할 수 있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내년 지방선거는 아예 기대조차 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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