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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새누리당에는 항상 소장파 세력이 존재해 왔다.
그런데 17일 현재, 소장파 의원들의 세력화 움직임이 곳곳에서 관측되고 있다.
새누리당 재선 의원들이 다음 주 초 동시다발로 회동을 열 계획이라는 것.
실제 다음주 초인 22일에는 김용태·김성태·김영우·김학용 등 옛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이 주축이된 재선 의원들과 함께 김재원·조원진 등 일부 친박(친박근혜)계 재선 의원들도 함께 한다고 한다.
여기에 선약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조해진 의원 등 일부 의원들도 모임 취지에 공감하고, 앞으로 행보를 같이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이들은 첫 회동에서 향후 세력화 여부까지 숙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이 모임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용태 의원은 “친한 의원들끼리 소주나 한잔하자는 의미”라고 선을 그었으나, 참석자 면면을 고려할 때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 다음날인 23일엔 ‘민본21’ 소속 재선 의원들이 19대 국회 들어 첫 모임을 열고, 민본21 복원과 향후 활동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이 모임엔 김성태·김세연·박민식·신성범·황영철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민본21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초선들이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 재선들이라도 청와대와 당 지도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며, 소장파 독자 세력화 의지를 드러냈다.
지금까지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던 이들이 왜 갑자기 목소리를 내려는 것일까?
박근혜정부의 출범 이후 빚어진 인사문제 등 각종 문제점을 지켜보면서 자신들이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을 한 때문이라면 환영이다.
하지만 과거 한나라당 시절 그들의 행태를 보면, 믿음이 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시절, 그들이 언제 단 한번이라도 MB를 향해 속 시원하게 대통령의 잘못을 지적한 적이 있었는가?
별로 기억나는 게 없다. 그런 그들이 박근혜 정부에서 독자세력화를 활발하게 추진하는 것은 어떤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실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이 전날 여야 6인협의체 회의에서 상임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우선처리 법안을 정했다며 당 지도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을 때의 모습을 살펴보자.
18대 국회에서 '민본21' 간사를 맡았던 김 의원은 당시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6인 협의체에서 세부적으로 법률안 처리 방안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입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상임위 활동을 무력화하면서까지 우선처리 법안을 선정하고 처리하면 소관 상임위는 거수기만 해야 하느냐"고 반발했다.
물론 반발할 수 있다. 당 지도부의 잘못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면, 그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그러나 당시 회의에 참석한 민본21 소속 의원들이 김 의원의 비판 도중 "옳습니다"라고 외치며 동조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아무래도 지나치다는 판단이다.
아무리 자신들의 주장이 옳더라도 ‘떼거리’로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한 방법이 아닐 것이다.
뭘 모르는 초선의원들이라면, 그냥 단순한 ‘실수’로 이해하고 넘어 갈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당내와 국회에서 어느 정도 무게를 지닌 재선 의원이다.
따라서 그에 합당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그럴 때에 국민들도 새누리당 재선의원들의 모임에 관심을 갖고 적극 지지를 보낼 것 아니겠는가.
기왕 세력화를 하려면, 과거 자신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 왔는지 되돌아보고, 그에 대한 반성 위에서 참다운 개혁의 목소리를 내어 주기 바랄 뿐이다.
과거 한나라당 시절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을 대표 격으로 했던 소장파들처럼, 시류에 편승하는 모임이라면 아무 의미가 없다. 그렇게 해서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이나 높여 보려는 심산이라면, 그런 소장파의 세력화는 차라리 존재하지 않는 게 백번 낫다.
모쪼록 이번에 재선 의원들의 모임이 만들어진다면, 진정 우리나라의 발전과 정치발전,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세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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