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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중국 쓰촨성에서 5년 만에 또 지진이 발생해 무려 1만11000 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지진은 지난 20일 오전 8시 20분께 쓰촨성 성도인 청두에서 남서쪽으로 120㎞ 떨어진 야안시 루산현에서 발생한 것으로 규모는 7.0이다.
21일 오후 4시 현재까지 사망자 186명, 실종자 21명, 부상자 1만1393명(중상자 968명 포함)이 발생했다.
또 쓰촨성 내 12개 시 33개 현에서 발생한 이재민 수가 152만 명에 달했고, 진앙인 루산현에서도 피해가 집중된 룽먼 마을에서는 건물 99%가 붕괴됐다고 한다.
리히터 규모 7.2의 대지진이 쓸고 간 1995년 일본 고베시의 경우는 단 20초 만에 6000여명이 사망했다.
만일 그런 지진이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하면 그 피해는 얼마나 될까?
무려 건물 10채 중 9채가 '폭삭' 주저앉고 말 것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이다.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건축물 통계현황'에 따르면 주거용 단독주택 37만9193개 중 1.5%(5787개)만 지진에 대비한 설계돼 있다. 공동주택의 경우도 11만5736개 중 26.6%(3만781개)만 내진설계 돼 있다.
비주거시설의 내진설계 비율 역시 전체 16만751개 중 9.7%(1만5592개)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과적으로 서울시내 건축물 중 10채 중 9채 이상이 지진에 취약하한 셈이다.
특히 지진에 가장 위험한 시설로는 발전시설이 꼽혔다. 서울시내 6개 발전시설 중 내진 설계가 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위험물 저장·관리 시설도 지진에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다. 827개 시설 중 단 1.2%(10개)만 내진설계가 돼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이에 대해 별로 걱정하는 것 같지 않다.
아마도 서울에서 대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전문가들도 우리나라가 환태평양 지진대에서 비껴나 있기 때문에 중국이나 일본 같은 대형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 정말 대한민국은 안전지대가 맞는 것일까?
아니다. 최근 전남 신안 앞바다에 규모 4.9의 비교적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은 올해 들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11번째 지진이다.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리히터 규모가 통상 2~3정도로 비교적 약하기는 하지만 발생빈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한반도가 결코 지진으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말이다.
지진 관측 이래 가장 강력했던 지진은 1980년 평북 의주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5.3의 지진이었고, 2004년 울진에선 규모 5.2의 지진이 일어나 2~3일 동안 여진이 이어지기도 했다.
규모 6.0 이상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말이다.
더구나 연간 지진 발생 횟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1990년대 이전엔 연평균 10에서 20회 정도가 발생했지만, 2001년 이후엔 연평균 40회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최근 동아시아에서 잇따라 일어난 대지진이 한반도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따라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진 대비책의 으뜸은 건축물에 대한 내진설계의 의무화다.
최빈국으로 꼽히는 아이티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대통령궁도 힘없이 무너졌다. 가옥은 물론 학교, 병원, 공공건물, 아파트 등도 대부분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물론 내진설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1988년부터 일반 건축물에 대한 내진설계를 적용하고 있으며, 현재는 3층 이상의 규모 또는 1000평방미터 이상의 건축물에 대해서는 내진설계를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들은 지진으로부터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 이들 건축물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부와 서울시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내진 설계가 되지 않은 공동주택 등에 대해서는 당국이 지원해서라도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하도록 하고, 그로 인해 내진설계 건물로 탈바꿈 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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