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 특권을 기대하나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3-05-01 1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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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국회 상임위원회 배정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안 의원은 지난 달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으나, 아직까지도 국회 내 그 어느 상임위에도 소속되지 않은 상태다. 정말 보기에 딱하다.

국회의원들은 통상 상임위를 통해 입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따라서 상임위에 소속되지 못했다는 것은 아직까지도 안 의원이 국회의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한마디로 돈 때문이다.

관례대로라면 의원직을 상실한 노회찬 전 의원이 속했던 정무위원회가 안 의원의 상임위가 된다.

그런데 안 의원에게는 정무위로 갈 수 없는 커다란 결격사유가 있다.

안 의원이 보유하고 있는 ‘안랩’의 주식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 안 의원은 안랩 주식 186만주(18.57%)를 가진 대주주다. 따라서 공정거래위, 금융위원회, 산업은행 등을 소관 하는 정무위원회에는 갈 수 없다. 정무위에 가려면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팔거나 백지신탁을 해야만 한다.

즉 안 의원이 주식을 포기해야만 정무위에 갈 자격이 주어진다는 뜻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안 의원에게는 그럴 의사가 전혀 없어 보인다.

실제 안 의원 측은 안랩 투자자들이나 회사의 처지를 우려해 주식을 팔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자신의 부(富)를 포기하면서까지 정무위에서 활동할 생각이 없다는 말처럼 들린다.

특히 자신이 사장으로 있던 회사의 처지를 생각해 정치인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것은 음습한 ‘정경유착’의 전형을 보는 것처럼 씁쓸하기 그지없다.

오죽하면 진보 성향의 인터넷신문 <민중의 소리>가 “안 의원은 정치를 시작한지 1년이 다 되어간다. 하물며 이미 국회의원이 된 안철수 ‘전’ 사장이 회사 경영을 도와주는 것은 도의적으로 옳지 않은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겠는가.

주식보유 문제로 정무위에 갈 수 없는 안 위원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갈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실제 안 의원은 선거 과정에서 교문위를 원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안 의원이 정무위에 가는 것보다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안 의원이 희망하고 있는 교문위로 가려면, 교문위 소속 여야의원 가운데 어느 한 사람이 정무위로 자리를 옮겨줘야 하는데, 과연 안 의원을 위해 인기 상임위를 포기할 국회의원이 있을지 의문이다.

사실 국회 교문위는 국토교통위원회와 함께 모든 국회의원들이 희망하는 인기 상임위다. 이들 상임위는 지역구 활동에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따라서 여야 의원들이 이들 상임위에 가려고 기를 쓰고 있다. 현재 교문위 소속 의원들은 그렇게 피 튀기는 경쟁 끝에 그 상임위를 배정받게 된 것이다.

이제 초선에 불과한 안 의원이 그런 인기 상임위에 가겠다고 하는 것은 선배 의원 가운데 어느 한 사람을 밀어내겠다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안 의원이 아무리 대선 주자급 의원이라고는 하지만, 이는 다른 의원들에게 예의가 아니다.

이는 특히 새정치를 주장하는 안 의원의 특권의식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실망이다.

안 의원은 이미 작년 2월에 86만주나 매각해 공익재단에 출연한 바 있다. 그 때는 할 수 있었던 일을 지금은 할 수 없다면, 그 이유를 국민들에게 명백하게 설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때의 아름다운 기부에 대해 국민들은 ‘대통령 선거를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절하 할지도 모른다.

새 정치를 하겠다며 국회에 들어선 안 의원의 첫 의정 활동이 고작 ‘자기 주식 지키기’라면 국민들의 실망감이 얼마나 크겠는가.

지난해 대선 때와 4.24 보궐선거 때 안 의원을 지지했던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안 의원은 보다 당당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즉각 국회 정무위를 배정받고, 보유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하는 당당한 모습을 보이라는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아무리 대선주자급 의원이라고 해도 보유주식을 그대로 가지고 정무위에는 갈 수 없다. 또 안 의원이 어떤 위치에 있든지 아직은 초선의원으로서 선배 의원을 몰아내고 교문위로 가겠다는 발상도 버려야 한다.

특권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안 의원이 국회 내에서 ‘나홀로 특권’을 기대한다면, 국민들이 어떻게 안 의원을 정치지도자로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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