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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자 고하승
“이제는 더 이상 정치권의 지긋지긋한 후보단일화 놀음을 보고 싶지 않다.”
이는 어느 유권자가 최근 인터넷 상에 올린 글의 일부분이다.
물론 그 한 사람의 글이 전체 유권자들의 마음을 대변한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어쩌면 이게 민심(民心)일지도 모른다.
실제 최근 실시된 각종 선거에서 아무런 명분 없이, 오직 자신들이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서 후보단일화를 한 쪽은 반드시 쓰라린 패배를 맛봐야 했다.
지난 해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극적으로 후보단일화를 이루어 냈지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앞서 실시된 19대 총선 역시 마찬가지다.
당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후보단일화를 하면서 ‘질레야 질 수 없는 선거’라고 압승을 장담했지만 결과는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민주당의 5.4 전당대회는 어떤가.
친노 구주류측 이용섭 의원과 강기정 의원이 후보단일화 통해 김한길 대표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그런데 민주당 내부에서 또 ‘후보단일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실제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민주당 일각에서 우윤근 의원과 김동철 의원에게 후보단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별한 명분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두 사람 모두 지역구가 호남이라는 게 이유다.
참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5.4 전당대회에서 호남의 민심은 호남 단일후보인 이용섭 의원 대신 비호남 출신의 김한길 대표를 선택한 것으로 이미 민주당이 지역적 한계를 극복해 전국적 정당이 되고 외연을 확대하라는 의지를 보여 주었는데도 같은 과오를 되풀이 하려 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윤근 의원과 김동철 의원 모두 단일화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우 의원은 최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현실적으로 지지층이 겹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위적으로 단일화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일축했다.
김 의원도 같은 방송에서 "(호남 후보 단일화는)호남에서는 먹힐 논리지만 다른 지역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우 의원은 "자연스런 흐름에 맡겨야 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김 의원도 "결선투표가 진행되면 그 과정에서 단일화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자연스럽게 단일화가 이루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두 의원 모두 부정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과연 이런 식의 단일화가 무슨 명분이 있겠는가.
이는 단지 앞서가고 있는 전병헌 의원을 이기기 위한 수단일 뿐, 아무 명분이 없다.
세 후보가 나와 그 중 두 후보가 단일화를 한다는 것은 특정 한 명이 당선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 아니겠는가.
5.4 전당대회에서도 세명의 후보 가운데 이용섭, 강기정 후보가 단일화를 한 것은 단지 김한길 후보를 이기려는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그 결과는 김한길 대표의 압승으로 끝났었다는 사실을 벌써 잊어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만일 우 의원과 김 의원이 후보단일화를 논의한다면, 5.4 전대의 과오를 되풀이 하는 것으로 그 결과는 불보듯 빤하지 않겠는가.
다시 말하지만 우-김 후보 단일화는 단지 앞서가는 ‘전병헌 배제론’일 뿐, 그 어떤 합당한 명분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두 후보 모두 명심해야 할 것이다.
특히 민주당은 ‘안철수 신당설’에 의해 크게 흔들리고 있는 시점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의 지지율은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신당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호남에서 탈피해 전국정당화를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쩌면 그 단초가 이번 원내대표 선거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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