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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그동안 정치 이슈의 중심은 불행하게도 과반의석을 거느린 집권여당도 아니었고, 야당의 맏형격인 민주당은 더더욱 아니었다.
지난 4.24 재보궐선거 당시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안철수 의원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20일 주요당직을 개편한 새누리당과 원내대표단 구성을 마친 민주당이 차츰 그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실제 21일 열린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원내대책회의는 활기가 넘쳐나는 듯 보였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향후 국회 상임위원회 중심의 원내 운영을 통해 당내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당내 소통을 강화해 그가 원내대표 경선 기간 내내 그토록 강조했던 ‘강한 집권당’의 면모를 보이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한 셈이다.
특히 ‘조직의 귀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홍문종 신임 사무총장은 “지난 대선을 승리로 이끌고 또 앞으로 정국을 주도해 나갈 새누리당의 사무총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특별히 이번 10월 재보선과 내년의 지방선거를 위해서 탄탄한 조직을 만들고 모든 선거에 선택받는 새누리당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필승 새누리당’을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에 맞선 민주당 원내대표단의 각오 또한 만만치 않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미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부터 ‘존재감 있는 강한 야당’을 만들겠다는 뜻을 피력해 왔으며,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제해결을 통해 신뢰받는 정책정당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장하나 청년담당 부대표는 “6월임시회는 정말 중요하다”며 “새 원내대표가 국민들과 함께하는 제대로 된 야당정치를 보여주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6월 국회에서 민주당이 사실상 ‘전투적 모드’로 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6월 국회는 ‘강한 집권당’의 의지와 ‘강한 야당’의 각오가 맞붙는 열띤 국회가 될 것 같다.
그런 기대감이 안철수 의원을 향하던 국민의 관심을 새누리당과 민주당으로 조금씩 돌려놓고 있다. 기세등등하던 안철수 의원 측의 기세가 위축되고 있는 것은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실제 최근 ‘독자 세력화’ 의지를 수차에 걸쳐 밝혔던 안철수 의원 측이 21일 신당창당설을 부인하는 등 한발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 의원의 최측근인 송호창 의원은 이날 YTN <전원책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 "지금 당을 한다, 조직을 만든다 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며 "신당창당을 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안 의원의 독자세력화 발언에 대해 "공익에 헌신하는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먼저 준비되고 또 기존 사람들도 바뀐 이후에야 정치개혁 과제도 실현가능하다는 차원"이라며 ‘원론적 수준의 발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0월 재보선 독자 세력화를 기정사실화했던 모습에 비하면 상당한 입장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대체 왜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
무엇보다도 10월 재보선에서 승리할 자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상돈 전 중앙대 교수는 “안철수 의원 측이 10월 재보선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는가 하면,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안철수의 독자세력화 성공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안철수 현상’이 서서히 퇴조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그 이유는 바로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당직을 개편하면서 점차 ‘활기’를 되찾고, 국민들 앞에 정당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전날 전국 1000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이 전주 대비 1.7%p 상승한 48.6%, 민주당 역시 전주대비 2.6%p 상승한 21.9%를 기록했다.
반면 무당파 지지도는 26.1%에서 20.7%로 크게 줄어들었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여야가 이런 활기찬 모습을 앞으로도 국민들 앞에 지속적으로 보여준다면, 결국 ‘안철수 거품’이 사라지겠지만, 다시 예전처럼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면 ‘제 2의 안철수 현상’이 나타나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심판할지도 모른다.
이것이 이번에 새롭게 임명된 여야 주요 당직자들이 초심을 잃지 말아야 가장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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