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비박-야당 의원들이 개헌론에 목매나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3-06-11 14:3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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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지금 박근혜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복지문제에 전념하고 있다. 특히 지금은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인해 국가안보가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한 현안으로 꼽히고 있는 시점이다.
국민의 관심 역시 온통 ‘일자리’와 ‘복지’, ‘안보’에 집중돼 있는 마당이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이런 문제보다도 ‘정치적 문제’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새누리당 내 비박계 의원과 야당 의원들이 잇따라 ‘개헌론’을 제기하고 나선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먼저 새누리당 내 친이계 핵심으로 꼽히는 이재오 의원이 개헌론에 불을 지피고 나섰다.
이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대통령 한 명에게 온 나라의 권력이 집중되는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는 퇴임하고 편안한 대통령이 있을 수 없다"면서 "그래서 역대 대통령들이 감옥에 가거나 운명을 달리했고, 또는 대통령의 친인척이 구속된 것"이라고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이 의원은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개헌을 올해 안에 바로 추진해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회에서 논의하는 개헌에 대해 방해하지 말라고 얘기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 뒤를 이어 민주당 김진표 의원도 "사회가 발전하고 다양화한 지금도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집하는 것은 대학생에게 중학생 교복을 입히는 꼴"이라며 "개헌 논의를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의원은 "대통령제 모델 국가인 미국과 달리 우리 대통령은 의회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고 있다"면서 "승자의 권력 독식 구조 속에서 정치권이 사생결단 식으로 싸우다 보니 민생문제 해결에 무능한 모습을 보이고 결국 국민의 불신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보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도 내각책임제 개헌을 포함한 정치개혁을 제안했다.
심 원내대표는 11일 국회 본회의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1987년 체제 극복을 위한 과감한 정치개혁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내각책임제를 포함한 보다 근본적인 정치개혁 방안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물론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정치인들이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4년 중임제’ 개헌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최근 민주당 소속 국회 상임위 간사단과의 만찬에서 정권 초기 개헌논의 추진 의사를 묻는 질문에 "개헌 논의를 하면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민생이 어렵고 남북관계도 불안한 현 시점에서 개헌 논의를 시작하면 정치권이 여기에 매몰돼 민생과 안보는 등한시된다는 우려 탓이다.
일반 국민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비박계 의원들과 야당 의원들은 개헌론에 불을 지피지 못해 안달일까?
실제 국회에서는 새 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 2월 중순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이 구성됐다. 당초 이 모임은 30여명으로 출발했으나 최근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 30여명에 민주당 60여명 등 90여명에 달할 정도로 몸집이 크게 불어났다.
물론 모임의 목표는 개헌안 발의 정족수인 150명 이상의 의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모임은 최근 토론회 개최 등을 통해 개헌 공론화에 나서는 한편, 연말까지 헌법 개정안 초안을 만들기로 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한마디로 박 대통령의 `블랙홀 우려'에도 불구하고 개헌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개헌 추진론자들은 ‘국민의 뜻’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정작 경제적 어려움에 허덕이는 국민 가운데 ‘개헌’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아마 손꼽을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오히려 “개헌보다 민생을 먼저 챙기고, 국민신뢰를 얻는 것이 먼저”라고 밝힌 박 대통령의 뜻에 상당수가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일부 비박계 및 야당 의원들이 잇따라 개헌론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혹시 ‘박근혜 흔들기’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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