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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서울시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관제(官製) 신문’을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는 황당한 소식이다.
13일 서울시의회 김용석 의원(새누리당, 서초4)이 확보한 서울시 내부 문서 ‘어르신을 위한 신문 발간 계획’에 따르면, 서울시는 오는 8월 창간호를 내겠다는 구상 아래 시민소통기획관을 팀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 창간 실무 작업을 추진 중이다.
월간지인 이 신문은 매월 5만부를 무료로 발행해 서울시 관내 경로당, 주민센터, 노인복지시설 등에 집중 배포할 계획이라고 한다.
매월 5만부라면, 내년 지방선거까지 대략 50만부가 발행되는 셈이다.
결국 박원순 서울시장의 치적을 알리기 위한 홍보지 50만부가 어르신들을 상대로 무차별 뿌려지게 되는 것이다.
실제 8개면으로 발행하는 이 신문은 특히 가독성이 가장 높은 1면과 8면에 각각 서울시정 특집기사와 서울시 일상시정 등을 소개하는 방향으로 지면이 배치된다고 한다. 서울시정을 무비판적으로, 그리고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박 시장을 위한 신문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서울시의 신문 창간 계획이 사실상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관제언론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 속전속결로 처리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의구심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실제 서울시의 이번 신문 발간 계획은 지난 10일자로 고위직의 결재가 났고, 불과 2개월 후에 첫 신문을 내는 등 속도전이 벌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별도의 예산도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 예산을 이리저리 당겨쓰겠다는 무리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 창간은 오는 8월에 하면서도 정작 어르신 기자 모집은 창간 후인 9월로 예정돼 있는 점도 고개를 갸웃 거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아무튼 서울시의 내부 문건은 ‘조속한 시일 내에 차질 없이 창간’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니 내년 지방선거를 위한 신문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사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박 시장이 입당한 민주당 지지율은 새누리당 지지율에 비해 턱없이 낮은 편이다. 특히 5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 따라서 박 시장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고령층의 민심을 다잡아야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방식이 ‘관제언론 동원’이라면, 문제 있다.
특히 막대한 혈세가 낭비된다는 것도 문제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이 신문의 1회당 추정 발행(제작·인쇄·발송 등) 비용은 2100만원으로, 연간 12회 발행시에 연 2억5000만원 정도가 들고, 또 공무원 2명을 별도로 채용해야하기 때문에 이 인력들의 인건비로 연 1억원 가량이 든다.
결국 이 신문 발행으로 드는 직접 비용만 연 3억5000만원 이상이나 되는 셈이다.
김용석 의원의 지적처럼 세금으로 홍보비를 대거 집행하기 보다는, 세금을 아끼면서 일을 잘하면 기존의 많은 언론들이 박 시장에게 박수를 보낼 것이고, 그러면 공짜로 홍보가 되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가장 효과적인 홍보수단일지도 모른다.
더구나 현재 국회에는 민주당 전병헌 의원 등이 발의한 ‘신문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이 계류 중이다.
‘신문의 위기는 곧 민주주의 위기’라는 인식아래 쇠락해 가는 신문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치권이 발 벗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홍보지를 만든다는 발상은 시대추세에 역행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 예산이 있다면, 오히려 제대로 된 지방지를 선택, 구독료 지원 등을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도록 하는 게 합당한 일일 것이다.
모쪼록 서울시는 비판적 언론이 두려워, 무비판적인 홍보지를 자체적으로 만든다는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관제언론 창간 계획을 즉각 중단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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