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문재인의 성명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3-07-24 12: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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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뭇매를 맞고 있다.


물론 지금 국민들은 정치권이 지루하게 NLL공방을 벌이는 것에 대해 무척 짜증난 상태다. 따라서 이제는 여야가 이 문제에 대해 출구전략을 고민할 때도 됐다.


하지만 문재인 의원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아무래도 사리에 맞지 않는 것 같다.


문 의원은 지난 23일 성명서를 통해 "대화록 유무 논란으로 인해 문제의 본질이 가려져서는 안 된다. 국회가 국가기록원의 기록을 열람하려 한 목적은 NLL 논란을 조기에 종결하기위한 것이었다"며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은 이미 NLL을 충분히 활용했다. 선거에 이용했고 국정원 대선개입을 가렸다. 그 정도 했으면 NLL 논란을 끝내야 하지 않겠냐”며 되레 새누리당을 비난하기도했다.


그 내용을 보면 정말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분이 맞는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왜냐하면 대화록 열람 추진은 문재인 의원이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여야가 국가기록원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열람을 결정한 것은 지난달 30일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정상회담과 관련된 모든 기록을 열람하자"고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새누리당이 대통령 지정 기록물인 회의록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불법인 점 때문에 자료 열람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못했으나, 문 의원은 ‘정계은퇴’ 배수진까지 쳐가면서새누리당을 압박했다.


실제 문재인 의원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포기 발언 논란과 관련, 사실일 경우 '정계은퇴'하겠다며 정상회담 회의록 원본 등의 공개를 촉구한 승부수를 띄운 바 있다.


결국 새누리당은 민주당 원내 지도부와 협의를 통해 "더이상의 국론 분열과 국가 안보 위협을 끝내야 한다"며 지난 2일 국회에서 국가기록원에 있던 정상회담 자료 열람에 대한 안건을 의결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에 대한 아무런 해명 없이, 그것도 논란을 일으킨 당사자가 “논란을 중지하자”고 하는 것은 정말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의 지적처럼 뜬금없다는 생각이다.


오죽하면 문 의원과 같은 당의 박지원 의원조차 자신의 트위터에서 문 의원을 겨냥, "만시지탄이나 말은 옳은 말이다. 그렇다면 시작을 안 했어야 했다. (그리고 이제)민주당과 국민은 어떻게 해야 하냐"고 한탄했겠는가.


문 의원은 사초(史草)가 없어진 대화록 실종 문제에 대해 그동안 일언반구 없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화록 파기를 지시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여당으로부터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대통령비서실장으로서 그 문제에 대해 가장 진실을 잘 알고 있는 문 의원이 이에 대해 분명하고도 확실한 답변을 하는 게 옳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그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던 그가 이제 와서 민망하다면서 사태를 종결하자고 성명을 내는 것은 아무래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NLL포기 발언’ 논란으로 공방을 주고받던 여야의 관심사가 이제는 ‘사초실종’에 대한 논란으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유기준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노 전 대통령이 포기 발언을 했는지가 ‘사초 실종 게이트’라는 생각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초래한 당사자가 문 의원 아닌가.


아무튼 왜 정상회담록이 사라졌고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 지, 이런 점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박지원 의원의 지적처럼 본질이 실종되고 대화록 유무논쟁에 민주당이 말려든 전략적 미스가 있었다. 그리고 문 의원의 23일 성명서가 이를 부채질한 측면도 있다.


거듭 말하지만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을 끝내야 한다"는 문 의원의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아무리 입이 근질거려도 자신이 직접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


꼭 그런 말을 하고 싶다면, 먼저 대화록 열람을 주도했던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를 했어야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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