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편집국장 고하승
새누리당 지도부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민주당이 '국정원 국정조사'와 관련, 장외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당내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증인채택 합의 불발'을 계기로 거리에 나섰다.
물론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그리 호의적인 것 같지는 않다.
전문가들도 “잘못된 선택”이라며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비난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이른바 ‘사초실종’ 사건으로 불리해지니까, 국민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거리로 나선 것 아니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이 이 같은 사태를 즐기며, 마냥 방치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자칫 새누리당이 국정원 국정조사에 소극적인 것으로 비쳐져 결국 민심이반을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내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요구를 통 크게 받아줘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요구는 위법이니 만큼, 결코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원칙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 새누리당 원내 사령탑인 최경환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비공개 발언을 통해 “일부 국민
은 새누리당이 증인채택에 소극적이어서 민주당이 장외로 나갔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여론도 감안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는 민주당의 요구, 즉 원세훈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국조출석 담보 조치인 '강제 동행명령 사전 합의'를 받아주자는 뜻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마도 새누리당 지도부는 국회를 원만히 이끌기 위해 거리투쟁에 나선 민주당과 절충하려고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국조 특위 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가 회의가 끝난 뒤 "유연함보다는 원칙이 우선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했다고 한다.
사실 민주당의 '사전 동행명령' 요구는 위법성격이 짙다.
국회의 동행명령제란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국정감사나 국조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관련 규정에 따라 지정한 장소로 동행을 명령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하는 것이다.
즉 증인이나 참고인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에 한해 그 ‘사유’의 정당성 여부를 따져서 발부할 수 있는 게 동행명령장이다.
그런데 원 전 원장이나 김 전 청장에 대해 아직은 국회가 정식으로 출석을 요구한 바 없다. 따라서 그들의 불출석 할 것이라고 미리 속단하고, 그 사유의 정당성 여부조차 따져보지 않고 미리 동행명령장부터 발부하자는 민주당의 요구는 분명히 위법한 측면이 있다.
더구나 법 구문의 '정당한 사유' 속에는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경우가 명문 규정으로 들어가 있다. 그런데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은 지금 그런 단계다. 따라서 애초부터 동행명령장 발부 요건에 해당이 안 되는 것이다.
즉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은 재판 중이므로 불출석을 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돼 향후에도 동행명령을 내릴 수 없다는 뜻이다.
결국 '원칙론'을 따를 경우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의 출석을 강제할 방안이 없는 셈이다.
이게 문제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가 “법적 테두리 내에서 사전 동행명령을 합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아무래도 그런 방법은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원칙’을 끝까지 고수하는 게 옳은지, 새누리당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정치는 제로섬게임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여야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한발씩 양보해야 하는 게 정치고, 지금 양당 지도부에게는 그런 리더십이 절대 필요한 시점이다.
과반의석을 점유하고 있는 새누리당은 국정운영의 한 파트너로서 민주당이 국회로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켜야할 ‘원칙’을 지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지만, 때로는 ‘타협’을 해야 하는 게 정치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