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無 ‘안철수 한계론’ 솔솔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3-08-09 16: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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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9일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으로부터 호되게 한방을 얻어맞았다.


평소 과묵하던 홍 총장이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국면에서 아무 역할이 없었던 안 의원이 애매모호한 화법으로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는 것에 국민들이 우려한다"며 "훈수에 앞서 여의도 공부를 더 하는 것이 도리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특히 홍 총장은 같은 날 P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도 안 의원을 겨냥, "사초실종엔 입 다물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증인 문제에 왜 껴드느냐”며 “증인채택에 대해 훈수 둘 위치도 아니고 정보도 없다. 끼어들지 말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전날 안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대선기간 중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문제 등 현 사태에 대한 1차적 책임은 여당과 정부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김무성, 권영세 두 사람의 증언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 말 한마디에 이처럼 호되게 당한 것이다.


사실 국정원 국정조사를 둘러싼 여야 대치국면에서 안철수 의원은 그 존재감을 찾기 어렵게 됐다.
그러다보니 어떤 말이든 한마디 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야겠다는 성급한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결과는 아예 아무 말도 아니한 것만 못하게 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 한계론’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 같다.
실제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 “안철수 의원이 아직 구체적 정치개혁의 방향이나 실천계획을 내놓은 게 없다”며 “국민의 새 정치에 대한 기대, 즉, 정치개혁에 대한 실천 없이 세력화에만 주력하려고 한다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도 같은 날 PBC라디오에 출연 “지난 대선 때도 그랬지만 이번(국정원국정조사) 과정에서도 반사 효과만 얻으려고 하면 한계가 있다”며 “이런 난국 속에서 어떻게 해야 된다 하는 해법을 국민들에게 제시하는 것이 진정한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이라며 “여야가 싸우고 거기서 반사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생각만으로는 안철수의 리더십은 지난 대선처럼 한계점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실 안철수 신당 창당에는 이미 '빨간불'이 켜진지 오래다.


우선 당장 오는 10월 재보선에서 안 의원 측 후보들이 대거 나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인재영입 과정부터 난항을 겪더니 최근에는 아예 발을 뺄 생각까지 하고 있을 정도다.


‘안철수’라는 깃발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모두들 의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재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새 정치를 한다고 해놓고는 이제 와서 구정치 세력인 민주당 사람들을 빼 올수도 없고, 그렇다고 검증도 안 된 아마추어 신출내기들만 데리고 정치를 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 그러다보니 민주당 일각에서는 ‘안 의원이 절대 신당을 만들지 못할 것’이라며 안심하는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안철수 의원은 이슈·정책·인물 등 현재로서는 내세울 만 한 게 별로 없다. 그래서 '3무(無)론'이라는 용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은 현재 120명이 넘는다. 그 많은 수의 국회의원을 거느리고도 정부를 견제하기에 벅차고 어려운데 나 홀로 세력인 안 의원이 혼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슈·정책·인물 등 ‘3무(無)’의 한계, 그것이 지금 안 의원으로서는 극복하기 어려운 한계일지도 모른다.
그 한계가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0%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안 의원이 신당을 창당할 경우 정당지지율에서 새누리당 40.6%, 안철수 신당 25.1%, 민주당 13.9%를 기록했다. 물론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민주당보다 훨씬 높기는 하다.


하지만 이는 1주일 전 대비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2.3%포인트 상승한 반면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은 2.4%포인트나 하락한 것이다. 민주당도 0.8%포인트만 하락했다.


10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지방선거가 다가오면 올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따라서 안 의원은 지금처럼 반사이익만 챙기려 해서는 안 된다. 괜히 쓸데없는 일에 끼어들기보다는 이슈를 선점하고, 자신의 정책을 국민들 앞에 제시해 인재들이 관심을 갖도록 하지 않는 한 ‘안철수 현상’은 조만간 소멸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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