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보육 중단위기,과연 누구 책임인가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3-08-27 15:5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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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김명수 서울시의회 의장이 27일 무상보육 중단위기와 관련, 조속한 영유아보육법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 의장은 이날 오후 열린 제248회 서울시의회 임시회 개회사를 통해 "지방정부와 아무런 사전 조율절차 없이 대통령 공약실천을 위해 무상보육을 확대해 놓고, 예산부담은 고스란히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고 있다"면서 "정부의 재정지원이 없으면 다음 달부터 당장 서울시 25개 구 중 20개 구가 무상보육을 중단할 위기에 처해 있는 만큼, 조속히 영유아보육법을 개정해 당초의 약속대로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경감시켜 달라"고 주문했다.


김 의장의 지적처럼 무상보육 문제로 인해 지방자치단체의 살림살이가 더욱 어려워 진 것은 사실이다.


실제 무상보육이 모든 계층으로 확대되면서 서울시와 자치구의 관련 예산이 이전보다 5182억원이나 늘었고, 무상보육 대상자도 21만명이나 늘어났다.


이로 인해 서울 25개 자치구의 재정은 지금 ‘빈사상태’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서울시 자치구의 양육수당 분담금이 55억원에서 738억원으로 12배나 늘어났다.
이런 상태라면 이달 중에 시내 23개 구청의 양육수당 지원금이 바닥을 드러내고 9∼10월에는 대부분 자치구에서 보육료 지원 예산이 고갈될 수밖에 없다.


동작구의 경우를 보면 무상보육 지원 아동은 1만7000여명으로 2011년 지원대상 아동인 4000명의 4.25배, 2012년 지원대상 아동인 7500명의 2.3배에 이른다.


2011년에는 35억원, 0~2세 무상보육이 실시된 2012년에는 61억원이 집행됐고, 만 5세이하 전체 아동에 대한 무상보육이 실시된 올해에는 약 97억원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동작구의 무상보육 예산은 거의 집행이 완료돼 9월부터는 바닥을 드러낼 처지라고 한다.


따라서 무상교육비 국고보조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향으로 영유아보육법을 조속히 개정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무상보육비 국고보조율을 서울은 현행 20%에서 40%로, 서울 이외 지역은 50%에서 70%로 올리는 방안을 담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으나 법제사법위원회에 9개월째 계류 중이다.


대선 직전인 지난해 11월말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음에도 수개월째 법사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게 누구의 책임인가. 그간의 과정에 대해서는 묻지 않겠다.


다만 김명수 의장의 말처럼 국회에서 이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하는데, 민주당은 지금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천막당사를 만들고 장외투쟁 하느라 여념이 없다.


또 다행스럽게 여야 합의에 의해 영유아보육법이 9월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그것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앞서 지적했듯이 자치구들은 당장 9∼10월이면 보육료 지원예산이 고갈될 수밖에 없다. 내년이 문제가 아니라 바로 다음 달부터가 문제라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보육대란’을 방지할 수 있는 길은 서울시가 무상보육 관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것뿐이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서울시는 광역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무상보육 관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로 인해 발생할 ‘보육대란’의 책임은 당연히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시는 지난 13일부터 시내버스 350개 노선, 1∼4호선 지하철 내 동영상, 전동차 내·외부, 시내 시 소유 전광판 등을 통해 정부에 무상보육 지원을 촉구하는 홍보물을 내보내고 있다.


시는 특히 호소문 형식의 글에서 “대통령님! ‘보육사업과 같은 전국단위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맞다’고 하셨던 그 약속, 꼭 지켜주십시오”라며 대통령을 직접 거론했다.


이런 전후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일반 유권자들이 그런 홍보물을 보면, 보육대란의 책임이 마치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는가.


그래서는 안 된다. 박원순 시장은 정직할 필요가 있다.


아무튼 여야는 9월 국회에서 반드시 영유아보육법개정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서울시는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처럼 무상보육 관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자치구들이 보육지원을 중단하는 사태를 빚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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