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사과가 필요하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3-09-02 13:36:29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편집국장 고하승


필자는 최근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의원이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4.11 총선당시 ‘야권연대’ 때문이었다며 민주당 책임론을 거론한 바 있다.


민주당이 당시 통합진보당과 손잡고, 일부 지역에 자당 후보를 내지 않는 방식으로 통합진보당 후보의 당선을 도왔고, 그로 인해 비례대표 2번이었던 이 의원이 금배지를 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해 총선 당시 야권연대는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국민의 요구에 따른 합의였다”며 “당시 진보당 일부 인사들의 종북 성향이 드러났던 것도 아니므로 민주당 책임을 이야기하는 것은 법률적으로는 ‘소급적용’이고 정치적으로는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민주당 책임론을 일축했다.


그냥 그들(종북인사들)을 원내에 불러들인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하면 될 일을 왜 이렇게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지 모르겠다.


사실 민주당은 이석기 의원에게 단순히 금배지를 달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이석기 일병 구하기’에도 매우 적극적이었다.


지난 해 6월 1일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 후보였던 박 대통령은 이석기 의원과 김재연 의원의 '국가관'을 거론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비례대표 부정경선과 `종북' 논란에 휩싸인 이석기ㆍ김재연 의원에 대해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국회라는 곳이 국가의 안위가 걸린 문제를 다루는 곳인데, 기본적인 국가관을 의심받고 또 국민도 불안하게 느끼는 이런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사퇴를 안 하면 국회의원 자격심사를 통해 제명하자고 얘기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여야 양당의 원내 지도부가 그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데, 사퇴가 안 되면 그렇게 가야된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민주당에서는 난리가 났다.


당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박지원 의원은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나서 국가관을 이야기하며 모든 민생 현안을 종북 문제로 덮으려는 것은 굉장히 매카시즘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교섭단체대표 라디오연설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는 '국가관'을 거론하며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시대착오적인 색깔론과 사상검증을 즉각 멈춰야 한다"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었다.


심지어 당시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해찬 후보는 "(이석기 김재연) 그분들이 개인이 (잘해서) 된 게 아니고 통합진보당 지지율에 의해 당선된 것으로 유권자의 자격을 박탈하는 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며 ‘이석기 일병 구하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었다.


그는 또 “새누리당은 종북 용공 광풍을 조장하고, 대대적인 이념 공세를 자행하고 있다. 악질적인 매카시즘”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지금 당 대표를 맡고 있는 김한길 대표 역시 그 즈음에 “이념이 먼저 얘기되고 실체도 없는 논쟁을 계속 벌인다는 것은 국민을 위해서 너무나 큰 손해를 끼치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는가 하면, “국가관이 의심된다고 해서 의원을 제명한다면 앞으로 다른 의원들의 자격문제로 밤을 새우는 일이 많을 것”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었다.


당시 민주당의 입장은 국민여론과도 배치되는 것이었다.


실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당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사상과 이념 문제를 국회의원 공천 심사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68.3%가 찬성으로 답했다. 특히 민주당 지지자들 가운데서도 65.6%가 찬성 견해를 밝혔었다. 국회의원들의 사상을 유권자들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이석기 의원을 감싸안기에만 급급했었다.


아마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야권연대’를 의식한 때문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당시 진보당 일부 인사들의 종북 성향이 드러났던 것도 아니므로 민주당 책임을 이야기하는 것은 법률적으로는 ‘소급적용’이고 정치적으로는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변명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처사다.


결과적으로 종북세력을 국회 내로 끌어들인 것은 ‘야권연대’이고, 그렇다면 그 잘못을 반성하는 건 상식 중의 상식 아니겠는가.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하승 고하승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