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이석기 사태’에 책임 없나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3-09-03 16:38:01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편집국장 고하승


민주당 소속 문재인 의원이 지난 2일 정기국회 회기 결정을 위한 표결에서 기권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당시 표결은 오는 12월 12일까지인 정기국회의 회기를 확정하기 위한 것으로 형식적인 절차였지만, 그 표결에는 ‘이석기 체포동의안’ 처리 문제가 엮여있기 남다른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즉 표결에서 과반이상의 찬성표가 나오지 않을 경우, 정기국회 회기가 확정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이석기 체포동의안’ 처리도 불발될 수밖에 없는 급박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문 의원 측은 국민 앞에 사과하기는커녕, 되레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와 무관하게 정기국회가 법제화돼 있는 상황에서 표결의 필요성에 대해 동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당당하게 기권 이유를 밝히고 있다.


한마디로 전혀 잘못한 게 없다는 것이다.


과연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왜냐하면 문재인 의원이야말로 ‘이석기’라는 ‘괴물 종북 국회의원’을 탄생시키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의원이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사면복권’과 ‘야권연대’다.


이 의원은 지난 2002년 5월 민혁당 사건으로 검거돼 징역 및 자격정지 각 2년 6개월을 선고받았었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은 불과 1년 3개월 만인 2003년 광복절 특사 때 그를 가석방 시켜주었을 뿐만 아니라, 2005년에는 이 의원이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사면 복권시켜 주기도 했다.


당시 그의 가석방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법무부 지침에 의하면 통상 형기의 80%이상을 복역해야 가석방 요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 의원의 경우 지침대로라면 최소한 2년을 감옥에서 살아야 한다. 그런데 불과 1년 3개월만 복역하고 나왔다면, 그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 때 문재인 의원은 대통령의 정무적 판단에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따라서 당시 문 의원이 이 의원의 사면에 어떤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특히 2005년에 이 의원으로 하여금 언제든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사면복권 시켜주었는데, 이 과정에서도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을 개연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당시 정무수석이었던 문 의원은 이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해명을 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문 의원의 기권은 사실상 ‘이석기 일병 구하기’라는 의구심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또 그가 금배지를 달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 가운데 하나가 지난 4.11 총선에서 이루어진 ‘야권연대’다.
그 때 민주당은 한명숙 대표 체제로 이른바 친노(친 노무현) 세력이 장악하고 있었다.


당시 문 의원은 친노 핵심이자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주자로서 그의 입김이 당에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했었다.


그런데 한명숙 대표를 비롯한 친노 지도부는 당시 종북논란을 빚고 있는 통진당과 ‘야권연대’를 강행했고, 결과적으로 통진당 비례대표 2번의 이석기 후보에게 금배지를 상납(?)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실제 민주당은 당시 수도권 지역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통진당에게 ‘통 큰 양보’를 단행했고, 통진당은 무려 13석을 거느린 막강한 ‘원내 제 3당’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직전 18대 총선 당시 진보성향 정당이 7석에 머물렀던 것에 비하면 무려 두 배 가까운 폭증인 셈이다.
따라서 이 의원을 특사로 풀어주고 국회의원을 만든 사람이 문 의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마디로 문재인 의원이 이석기 의원의 탄생에 결정적인 ‘숙주역할’을 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과 연계된 표결에서 기권을 하고, “표결의 필요성에 동의하지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너무 뻔뻔하지 않은가.


법적인 책임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도의적이나 정치적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하승 고하승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