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정말 왜 이러나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3-09-05 17: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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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서울시가 보육관련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하기 위해 지방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5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0~5세 아이들의 무상보육을 위해 서울시가 지방채를 발행해 무상보육비 부족분을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지방채를 발행해 무상보육 관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9월 보육대란을 막겠다는 뜻이다.
박 시장의 이 같은 결정은 비록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당연한 조치로 환영하는 바다.


그런데 좀 의아한 부분이 있다. 정말 무상보육비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 지방채를 발행하는 것인지, 아니면 무상보육비 충당을 명분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론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아리송하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서울시가 추가 경정예산 편성하면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 올해 연말까지 15억원을 지원하는가 하면, 토목공사비로 무려 1조원 이상을 편성했기 때문이다.


이게 정말 엊그제만 해도 무상보육에 지원할 예산이 없어 '보육대란' 운운하며 대대적으로 광고까지 냈던 서울시의 모습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혹시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선심성 추경편성은 아닐까?


사실 민주노총은 그동안 단 한 번도 서울시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은 바 없다. 그런데 느닷없이 추경을 편성하면서까지 민주노총을 지원한다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민주노총이 어떤 조직인가. 통합진보당의 핵심 지지기반으로 꼽히고 있다.


민주노총은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해온 ‘노동자 세력’의 핵심이다. 그러면 통합진보당은 어떤 정당인가.


최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로 인해 전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그런데 민주노총 대의원들이 지지하는 정당 1순위가 바로 이석기 의원이 몸을 담고 있는 통합진보당이다.


실제 민주노총이 지난 1월15일부터 3월13일까지 산별연맹과 지역본부 대의원 46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1416명 중 353명(24.9%)이 통합진보당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민주통합당(현 민주당)은 9.0%, 진보정의당(현 정의당)은 8.8%, 진보신당은 8.5%를 기록했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자는 43.9%(621명)다.


더구나 민주노총 홈페이지에서 '김정은'으로 검색하면 김정은과 북한체제를 찬양하는 글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온다.


실제 민주노총의 홈페이지에는 "김정은 제 1위원장, '모향산등산소년단야영소' 방문", "김정은 최고사령관은 우리 민족의 운명이고 생명이시다.", "김정은 시대의 한반도는 통일강성대국" 등 김정은 찬양 게시물들이 수십여건이나 게재돼 있다.


또 국정원이 이번에 이석의 의원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 수색할 때 이영춘 민주노총 고양파주지부장의 자택도 대상에 포함돼 있었다.


이렇게 뚜렷한 좌편향 이념을 가진 민주노총에 서울시민들의 혈세를 지원한다니 과연 시민들의 동의할지나 모르겠다.


오죽하면 새누리당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정이 좌편향적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겠는가.


새누리당 홍지만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박 시장이 통합진보당의 근거단체인 민노총에 예산을 대폭 늘려 지원한 것은 국민들을 어이없게 만든다"며 "보육비 지원은 9월에 파산된다고 주장하면서 좌익노조인 민노총에 대한 예산 지원은 대폭 증가시켰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결국 서울시의 보육비 예산 부족은 박근혜 정부에 책임을 돌리려는 정치적 행위라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라며 "박 시장은 좌편향적이고 관행에 사로잡힌 서울시의 잘못된 예산 편성을 바로잡아 무상보육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시장은 이 같은 여당의 지적을 ‘정치 공세’로 일축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서울시의 수장이라면,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표를 생각하기에 앞서 서울시민들이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는지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들의 표를 쫓다가, 국가의 안보를 걱정하는 1000만 서울시민들의 표를 잃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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