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공천신청자 명단을 보니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3-09-23 17: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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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일보]오는 10·30 재보궐선거는 당초 예상보다 적은 2곳의 초미니 선거로 치러지게 됐다. 하지만 새누리당 공천 경쟁이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마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이 제 1야당인 민주당 지지율에 비해 두 배가량 앞서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이번 재보선이 실시되는 경북 포항남.울릉과 경기 화성갑에는 ‘새누리당 공천=당선’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그러다보니 새누리당 재·보선 공천심사위원회가 23일 오후 2시30분 여의도 당사에서 공천 신청자에 대한 면접을 시작했는데, 경기 화성갑 5명, 경북 포항 남·울릉군 14명 등 무려 19명이 면접에 참여하게 된다. 그런데 그들의 명단 속에는 이름을 듣기에도 민망한 사람들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을 수 없다.


이날 홍문종 공천심사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이번 재보궐선거 지역구가 두군 데 밖에 안되지만 새누리당 인기가 좋아서 그런지,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높아서 그런지 공천신청을 많이 했다"며 "일부 지역은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 공심위가 여러모로 걱정이 많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어차피 같은 당원이고 한분이 후보자가 되면 다 같이 힘을 합쳐서 새누리당 발전과 국가민족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하기에 서로 과열을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홍 위원장은 "선거법 위반은 물론이고 당에 누가 되면 공심위에서 그런 후보자를 문제 삼고 과감하게 정리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물론 당연히 그 지역에서 출마해야할 사람들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면, 그 수가 얼마든 상관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것은 새누리당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되레 눈살이 찌푸려지는 이름도 상당수 눈에 띈다.


우선 화성갑에 공천을 신청한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와 고희선 전 의원의 아들인 고준호 씨가 그렇다.


서 전 대표는 친박연대를 창당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부정한 돈을 받았다가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수형 생활을 했다. 물론 지난 1월 특별사면으로 복권돼 법적으론 피선거권을 회복했지만, 연고도 없는 새누리당 강세 지역에 ‘명예회복’ 운운하며 뛰어든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 의문이다.


특히 서청원 전 대표가 새누리당 후보로 나설 경우, 민주당에서는 손학규 상임고문을 보내 이른바 ‘빅 매치’를 성사시킬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이번 재보궐선거가 중앙정치권의 논리에 매몰되는 불행한 사태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다. 그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운영에 결코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또 비록 화성갑은 고희선 전 의원의 별세로 선거가 치러지기는 하지만, 그의 아들이 선거전에 뛰어 든 것은 ‘지역세습’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에서 너무 성급한 선택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경북 포항남.울릉군에도 노무현 정부 시절 장관을 지낸 박명재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서장은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정치권 인사들이 공천경쟁에 뛰어 들었다.


박 전 장관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열린우리당 후보로 경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했었다. 당시 박 전 장관에 대해 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은 “어제는 강금실, 오늘은 박명재”라며 박 전 장관을 친노 핵심인 강금실 전 법무장관과 같은 선상에 놓는 발언을 하기도 했었다.


물론 친노 핵심이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그런 공천이 빈번할 경우, 앞으로 누가 새누리당을 위해 헌신하겠는가.


만일 박 전 장관이 새누리당을 위한다면, 누가 새누리당 후보로 나서도 당선이 가능한 그런 지역이 아니라, 서울 등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는 수도권에서 출마해야 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이 지역의 새누리당 지지율은 현재 70%에서 80% 정도를 오르내리는 수준이다.


또 서장은 전 정무부시장은 멀쩡한 자신의 지역구를 버리고 그 지역으로 내려갔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한 선택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정말 새누리당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면, 서울 동작갑 자신의 지역구를 지키고, 다음 총선을 위해 지역기반을 다졌어야 옳지 않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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