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초실종 대응이 고작 ‘사전기획설’인가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3-10-14 16:5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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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예상했던 대로 14일 국회 국정감사 현장에서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미(未)이관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안행위 소속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은 이날 "완성본에 가까운 버전인 남북정상회담 초안도 대통령기록물"이라며 "국가기록원에 이관하지 않고 임의로 삭제한 것은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 결과에 따라 혐의가 인정되면 현행법에 따라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김기선 의원도 "검찰 수사가 발표됐지만 여전히 대화록 폐기 자체가 불가능하다, 대화록이 남겨져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왕조시대에도 함부로 하지 못했던 사초를 지우는 것은 대한민국에도 매우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른바 ‘사초실종’ 사건으로 불리는 이 문제의 핵심은 왜 대화록이 이관되지 않았으며, 임의로 삭제됐느냐이다. 그 과정에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이 삭제를 직접 지시했는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따라서 민주당, 특히 과거 참여정부에서 이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위치에 있던 인사들의 분명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뚱딴지 같이 국정원의 NLL 대화록 공개가 사전에 기획됐다고 주장 했다.


백재현 민주당 의원은 "국정원이 지난 6월24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한 것은 지난해 국정원의 대선불법개입이 사실로 확인되자 이념 논쟁을 확산시켜 국정원 개혁 여론을 물타기하고 국면을 전환할 목적이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며 "이 중간과정에 대통령기록관이 개입돼 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같은당 문희상 의원은 대화록 실종에 대해 새누리당과 검찰의 정치쇼라고 맹비난했다.


NLL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이관되지 않은 이유는 '수수께끼'다.


지난 7월2일 여야가 2007년 남북정상회담 관련 회의록과 녹음 기록물 등 자료 일체의 열람·공개를 국가기록원에 요구하는 안건을 의결했으나, 같은 달 22일 여야 10인의 열람위원단은 "국가기록원에 대화록 원본이 없다"는 보고를 했다.


결국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광수)가 수사에 착수했고, 지난 2일 검찰은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가기록원에는 대화록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봉하 이지원(e-知園)에선 대화록 2개가 나왔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봉하 이지원에 있는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으로는 이관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화록이 '의도된 누락'인지 아니면 '착오'인지를 분명하게 가릴 필요가 있다.


의도된 것이라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또한 명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삭제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를 밝혀야 한다.


이에 대해 2007년 남북정상회담 자리에 배석했던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과 김경수 전 청와대 대통령연설기획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이 2008년 1월 기록담당 비서관 회의를 열어 대화록 삭제를 지시했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면부인하고 있다.


그래서 궁금증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삭제지시를 하지도 않았는데 왜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삭제 지시가 없었다면 대체 누가 그것을 삭제했는지 국민은 당연히 알 권리가 있다.


그 국민의 권리를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국정원 사전기획설’과 같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식’의 대응을 해서는 안 된다.


물론 민주당의 주장대로 국정원 사전기획설이 사실이라면 그것에 대해서는 그것대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사초실종 논란의 본질은 아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는지 안했는지 그것 또한 이 사건의 핵심은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사건의 요체는 아주 단순하다. 사초가 실종됐는데 왜 실종됐는지, 그리고 누구의 지시에 의한 ‘의도적인 실종’인지, 아니면 실수에 의한 것인지, 그것이 우선이다.


경고하거니와 민주당이 지금처럼 ‘국정원 사전기획설’과 같은 의혹제기로 국민의 시선을 엉뚱한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려 한다면,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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