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모럴헤저드’ 심각하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3-10-29 16:4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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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 moral hazard)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지금 국가와 공기업은 물론이고 지자체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에서 부채 문제가 큰 국가적 과제”라며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까지 도덕적해이가 심각한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지시한 것은 그 심각성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29일 국회 국정감사 현장에서도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이날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정감사에서 “부채는 많은 데 불필요한 곳에 돈을 물 쓰듯 하고 있다”고 혀를 찼다.


현재 LH는 부채가 무려 140조원에 달한다. 그로 인해 LH는 매년 123억원의 이자를 내야만 한다. 물론 그 이자비용은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도 LH는 부채를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기는커녕 돈을 ‘펑펑’ 물 쓰듯 써대고 있다.


실제 LH는 45개 사내 동호회에 연간 1억20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사내 동호회 중 테니스 동호회, 산악회, 축구 동호회 등 3개 모임에는 강사료, 교통비, 다과비 등의 명목으로 각각 500만원을 지급하고, 농구 동호회와 야구회 등 13개 모임에도 각각 400만원씩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LH의 방만한 운영 사례는 이외도 수두룩하다.


실제 LH는 해당 분야의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경험이 없는 자문위원을 별도 지침 없이 마구잡이로 위촉하기도 했다.


단순히 위촉만 했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그들에게 어마어마한 비용을 지출했다는 게 문제다.


실제 이노근 의원이 LH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8년부터 현재까지 5년간 전직 직원·군 장성·보험 설계사 등 19명의 자문위원을 위촉해 총 21억원을 지급했다.


실제 LH 위례사업본부의 경우 예비역 중장 출신에게 군 시설이전 자문 명목으로 2010년 4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월 750만원씩 총 1억8000만원을 지급했다.


신도시계획처에서는 국방부 과장 출신을 자문위원으로 선정해 역시 군 시설이전 자문 명목으로 2008년 2월부터 최근까지 월 570만원씩 2억4000만원을 지급했다.


또 오산직할사업단에서는 부동산 판매 경력이 없는 A생명보험회사의 설계사를 부동산 판매자문위원으로 위촉했으며, 이 설계사는 2010년 4월부터 1년간 월 410만원씩 총 5000만원의 자문료를 받아갔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그 누구도 자문실적을 올린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아예 자문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다른 공기업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전날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피감기관인 한국감정원, 대한주택보증,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등 산하기관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노근 의원은 "한국감정원은 부채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임직원 연봉과 성과급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실제 한국감정원의 부채는 2009년 509억원에서 지난해 1953억원, 올해 6월 현재 2403억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임직원의 연봉과 성과급도 매년 증가했으며 특히 지난해 원장 총 급여는 2억9400여만원으로 2008년 대비 210%나 늘었다.


또 민주당 김관영 의원은 "JDC는 4년만에 부채가 6배 늘고도 기관장 연봉은 오히려 2배 올랐다"며 "지난해 기관평가, 기관장평가에서 모두 낙제점을 받았음에도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지방 이전을 앞두고 특별분양을 받은 뒤 전매차익을 챙긴 공기업 직원들도 상당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실제 대한주택보증이 이전하는 부산 대연혁신도시 특별분양자 132명 중 33명이 전매차익만 받고 아파트를 되팔았다. 4명 중 1명 꼴이다. 공공기관 직원 특별분양가는 이들의 지방 정착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일반분양가보다 20% 정도 저렴하게 책정되는데, 결국 공기업 이전이 공기업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를 위해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뿌리 뽑으려면, 보다 강도 높은 ‘채찍’이 가해져야만 한다.


방만한 운영을 한 공기업에 대해서는 당연히 그 기업의 대표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하고, 이미 지급된 비용과 투기로 얻은 이익에 대해서는 강력한 환수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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