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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박근혜 대통령은 여성과 남성이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국민행복의 새 시대를 만들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30일 오후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주최로 열린 제48회 전국여성대회에서 “지금 우리는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헤쳐 가며 희망의 새 시대를 향해 전진해 가고 있다. 국민행복의 새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여성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정말로 박 대통령의 말처럼 남성과 여성이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한다면 국민 모두가 행복해질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사회에 과연 이웃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다.
특히 정치권이 그렇다.
여야 갈등이 심각해지다보니, 서로를 배려하기는커녕 되레 상대 당을 깎아내리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말로는 ‘민생국감’을 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국정감사 현장에서는 ‘정쟁국감’이 진행되지 않았는가.
그래서 올해 국감은 여야간의 정치 공방으로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본래의 취지를 한참 벗어났다는 지적과 함께 ‘최악의 정쟁국감’이라는 비판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국감무용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까지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이번 국감현장은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심화하면서 민생 현안은 전혀 주목받지 못했다. 간간이 의미 있는 정책 질의가 있었지만, 여야 갈등으로 인해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국정감사 초반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의 불씨가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 댓글 활동 의혹으로 확산되면서, 모든 이슈는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으로 빨려 들어갔다. 국가보훈처와 통계청 등도 대선 개입과 관련한 의혹의 눈초리를 받았고, 결국 여야 정쟁은 확전양상을 띠게 됐다.
민주당은 국정감사에서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문제제기를 지속적으로 하느라 민생 국감을 위한 노력은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도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연일 '대선 불복'으로 맞불을 놓느라 민생국감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다.
실제 여야는 이번 국정감사의 당면 민생 현안이라고 할 수 있는 기초연금과 동양그룹사태 등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특히 동양그룹사태는 당초 국정감사 초반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며 주목을 받았지만, 증인을 불러 놓고 호통을 치는 것외에 피해자 구제와 재발 방지책 등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 정당이 있었던가?
오죽하면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이 "국정감사 본래 목적과 의의에 부합하는 정책감사를 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일부 상임위에서는 민생보다 당리당략적 정쟁이슈에 함몰됐다"고 지적했겠는가.
그런데도 여야 지도부는 대치국면을 심화시킬 뿐 정국 정상화를 위한 시도나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여야는 이날 정쟁을 자제하기보다는 법원이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공소장 변경을 허가한 것과 관련해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새누리당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야당에 정쟁을 그만두라고 촉구한 반면 민주당은 국정원의 조직적 선거 개입이 법원에서도 인정된 것이라며 공세를 이어간 것이다.
심지어 여야는 부실국감에 대한 책임을 상대 당에 떠넘기며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여론조사를 근거로 "새누리당이 민주당보다 국정감사에서 민생과 경제를 훨씬 더 잘 챙기고 있다고 많은 국민들이 응답했다"면서 "새누리당은 정쟁에 휘말리지 않고, 민생과 정책, 체감 국감의 3대 원칙을 잘 지키고 국정감사 본래 의미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쟁국감의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는 뜻이다.
반면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홍원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에 대해 "야당 때문에 경제가 잘 풀리지 않고 있다는 책임 전가만 되풀이했다"며 "정국호도용 물타기와 책임 떠넘기기"라고 맞섰다.
현재의 여야 갈등 상황에 대해 서로 상대 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정치권은 국민을 위해 치열하게 다투되, 상대 정당에 대한 배려와 존중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에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풍조가 널리 퍼지고 박 대통령의 뜻처럼 국민행복 시대가 열릴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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