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편집국장 고하승
민주당이 내년 6·4 지방선거를 불과 7개월여 앞둔 6일 느닷없이 시군구 기초의원·기초자치단체장 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를 끄집어냈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기국회가 후반기로 가면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우리 당론은 '폐지' 입장"이라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대표는 새누리당에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실천하자"며 국회 내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조경태 최고위원도 "여야 대선 후보 공약이었던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공천 폐지를 하루속히 논의해야 한다"며 "새누리당이 기초선거 공천폐지에 동의하지 않으면 민주당 단독으로라도 이 문제를 실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정말 정당 공천을 폐지하자는 건지, 아니면 10.30 재보궐선거 참패에 따른 따가운 시선을 다른 곳에 돌려 보자는 의도인지 아리송하다.
왜냐하면 그동안 당 지도부는 이 문제에 대해 거의 침묵으로 일관해 왔기 때문이다.
사실 민주당은 기초선거에서의 공천폐지 문제를 지난 7월 24일 전당원 투표를 통해 ‘찬성당론’으로 결정된 바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 지도부는 그 이후에 이 같은 당론을 추진하려는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고작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이 지난 달 14일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과 단체장 공천제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하고 아직도 우물쭈물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당론 확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힌 게 전부다.
특히 그동안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 문제를 논의해 온 국회 정치쇄신특위가 지난 9월 30일 아무런 결론 없이 활동이 종료됐는데, 이때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특위활동을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었다.
정당공천폐지와 관련된 법안의 개정을 논의하고 검토할 국회 내 주체가 사실상 없어지는 것인데도 팔짱끼고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했다는 말이다.
즉 공천폐지 당론 결정 이후 4개월 하고도 10여일이 지나도록 수수방관하다가 이제 와서 국회 내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설치를 제안했으니, 그 의도를 의심하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사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장 공천폐지를 적용하기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
왜냐 하면 여야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새누리당은 아직 당론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기초단체장에 대해서는 공천유지 필요성에 공감하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그래서 새누리당 지도부는 기초단체장에 대해서는 현행대로 공천을 유지하고, 지방의회의 경우는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을 통합해 선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통합진보당과 정의당 등 다른 야당은 정당공천 폐지에 강력 반대 입장을 밝혀 왔다.
뿐만 아니라 공천폐지 논란에 불을 지폈던 무소속 안철수 의원마저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에 대해서는 공천을 하고, 기초의원만 공천 폐지하는 이른바 단계적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각 정당마다 생각이 다른 공천폐지 문제를 고작 지방선거 7개월여 앞둔 시점에 논의해 여야 합의를 이끌어 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보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정치권은 이제 와서 ‘뒷북치기’와 같은 공천폐지 문제를 논의할 것이 아니라 공천제를 유지하되 어떻게 하면 공천제를 효율적으로 잘 운영 수 있는 지, 그런 쪽으로 논의방향을 새롭게 잡아갈 필요가 있다.
즉 공천제 순기능은 극대화하고 역기능은 개선 방안을 찾아 당원과 주민참여가 보장되는 형태의 공천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여야 합의가 이뤄지면 금상첨화이겠지만, 어느 정당이고 독자적으로 당헌당규 개정만으로도 얼마든지 실시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민주당의 정개특위 설치 제안에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담겨 있다면, 지금이라도 논의 방향을 공천폐지가 아니라 운영상의 문제를 바로잡는 쪽으로 전환해 주기 바란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