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민주당에게 필요한 건 ‘민생연대’다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3-11-10 16: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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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민주당이 드디어 서울광장 내에 설치했던 천막당사를 11일 철수하기로 했다.



서울시민들의 공간인 서울광장을 무단점거한지 101일만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스스로 ‘을(乙)을 위한 정당’임을 표방한다고 했으나, 정작 서울광장에 대해서는 서울시의 철거요청 공문을 묵살하는 등 ‘슈퍼갑(甲)’의 모습을 보여 빈축을 사왔다.



비록 뒤늦게라도 민주당이 광장을 서울시민들에게 돌려주기로 했다니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특히 천막당사 철수를 통해 민주당은 정쟁을 중지하고,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다.



그런데 돌아가는 모습이 뭔가 이상하다.



오는 12일 출범하는 범야권 공동기구 출범에 맞춰 장외투쟁단위를 범야권으로 확대하기 위해 천막당사를 철수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민주당 이용득 최고위원과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공동기자간담회에서 “이제 투쟁의 상징인 천막당사를 오늘로서 정리한다”면서도 “조금 더 전선을 확대하면서 종교, 시민단체, 야당과 함께하는 투쟁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즉 1차 투쟁이 민주당의 투쟁이었다면, 2차 투쟁은 각 종교, 시민, 야당들과 함께하는 기구에서 투쟁을 더욱 확대해 가겠다는 것이다.



지난 달 7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제안했던 국민연대가 ‘각계 연석회의’라는 이름으로 12일 출범하는 데, 그 기구가 앞으로 투쟁을 진두지휘한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동안 민주당이 투쟁해 왔던 것을 연대기구로 넘기고 민주당이 그 시민연대기구의 일원으로 참여하겠다고 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투쟁을 하겠다는 것인지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국민들은 천막당사 철거를 통해 민주당이 좀 더 민생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번에도 국민들의 기대를 실망으로 답하고 있다.



지금 국회에는 민생을 위한 각종 법률안 심사 및 새해 예산안 처리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이것을 처리하자면 여야가 지금부터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도 시간이 부족할 텐데 오히려 장외투쟁을 확대하겠다니, 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혹시 새누리당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야권연대’를 위한 포석이라면, 그것은 결코 바람직한 전략이 아니다.



제1야당이 또다시 홀로서기에 실패하고 야권연대에 기대서 국민의 삶을 외면하는 길을 걷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아직 탄생하지도 않은, 그것도 국회의원인 1인 정당에 불과한 ‘안철수 신당’보다도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야권연대에 목을 맨다는 게 야당의 ‘맏형’으로서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지금 민주당에게 필요한 것은 투쟁을 위한 야권연대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민생연대다.



만약 민주당이 민생을 외면하고 야권연대에만 몰두한다면 국민의 삶은 더욱 팍팍해질 것이고, 그로인해 민주당을 향한 국민의 원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민을 위해서라면, 야권연대가 아니라 새누리당과도 민생연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유연함을 보일 필요가 있다. 그래야 국민들이 민주당을 대안정당으로 생각하고 지지를 보낼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투쟁’만 강조하다가는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당할 것이고, 정작 싸워야할 시점에 가서는 동력을 상실하게 될지도 모른다.



새누리당도 민생을 위해서라면 제1야당인 민주당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야한다.



수적 우위를 앞세워 민주당의 의견을 묵살하고, 일방통행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모쪼록 여야가 국회에서 생산적인 토론과정을 거쳐 국민에게 필요한 각종 민생법안들을 제정해주기 바란다. 아울러 새해 예산안 처리도 예산안 통과시점을 넘기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여야가 지금부터 머리를 맞대고 심도 있게 논의해 주기 바란다.



이번 민주당의 천막당사 철수가 투쟁이나 ‘야권연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하고 ‘민생연대’를 위한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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