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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필자는 줄곧 국회선진화법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본란에 국회선진화법 개정의 필요성을 알리는 칼럼도 수차례나 썼다.
민주주의는 민의(民意)가 최대한 반영되는 ‘다수결의 원칙’을 생명으로 하는데, 국회 선진화법은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반민주 악법’으로 이를 폐기하고 국회폭력방지법으로 대체해야한다는 취지의 글들이다. 올해에만 해도 지난 3월 7일과 9월 24일 등 이미 두 차례 이상 그런 내용의 칼럼을 올렸다.
그런데도 여야 정치권은 이 같은 요구를 애써 외면해 왔다.
새누리당은 법 개정 당시 황우여 대표가 법안에 적극적으로 찬성했기 때문에 뒤늦게 잘 못된 것을 알면서도 개정을 요구하지 않았고, 소수정당인 민주당은 개정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온갖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
일명 '몸싸움방지법'으로 불리는 '국회선진화법'은 지난 해 5월 22일 국무회의에서 논란 끝에 심의·의결됐다.
여야 간 쟁점 법안은 재적의원 5분의3(180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만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여야 합의 없이는 그 어떤 의안도 국회에서 의결할 수 없다.
국민의 지지를 받아 과반수의석을 가진 정당이 제출한 법안이라고 해도 소수 정당이 반대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사실상 ‘국회 마비법’인 셈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새누리당이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정 방침을 공식화했다는 점이다.
실제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13일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을 마련해 빠른 시일 내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의회 민주주의 원리와 다수결의 원리가 작동하게 하되 여야가 대화와 타협의 공간을 넓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국회법 태스크포스팀(TF)을 중심으로 선진화법의 위헌 요소를 포함해 위헌 심판이나 헌법 소원 등 법리 검토에 들어갔으며, 각계와 시민사회, 국민 여론을 수렴해 공론화하고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국민의 지지를 받아 과반수의석을 가진 정당이 제출한 법안이라고 해도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 적은 의석의 정당이 반대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든 법안을 ‘민주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민주주의의 근간인 다수결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비민주 악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이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그것은 대단히 잘 못된 일이다.
전문가들도 국회 선진화법 조항은 상정요건을 지나치게 강화한 것으로 위헌 요소를 안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마 OECD 가입국 중에 이런 식으로 국회에 제동을 거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이다. 오죽하면 박찬종 변호사가 선진화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창피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비록 뒤늦게나마 새누리당이 법 개정 방침을 밝힌 것은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독재적 발상’ 운운하며 새누리당의 선진화법 개정 방침에 대해 맹비난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실제 우원식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선진화법을 위헌이라고 하는 것은 헌법 위에 군림하는 새누리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단편적 모습"이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독재적 발상으로 국회를 지배하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과연, 이런 민주당의 태도가 올바른 것인가.
그동안 민주당은 각종 선거 때마다 ‘민주’ 대 ‘반민주’ 구도의 필요성을 앞세워 ‘야권후보 단일화’를 추진해 왔다. 그런 정당이 민주주의의 근간인 다수결의 원칙에 반하는 ‘반민주 악법’을 옹호하고 나선다면, 그것은 이율배반이다.
다시 말하지만 날치기와 몸싸움이라는 야만적 후진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으나 그것을 국회의원의 자율에 맡기지 않고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래도 꼭 필요하다면, 선진화법을 폐기하고 국회 내 폭력방지법을 제정해 그것으로 대체하면 될 일 아니겠는가.
모쪼록 이런 칼럼을 다시 쓰는 일이 없도록 여야가 당리당략을 떠나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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