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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우리를 탈출한 호랑이에게 목과 척추를 물려 중태에 빠진 사육사가 끝내 숨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사실 이번 사고는 충분히 예견된 인재라는 점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됐다.
호랑이에게 물려 중태에 빠진 사육사는 평생 곤충만 연구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맹수 사육사로 발령됐다.
지난 4월 박 시장이 임명한 서울대공원장은 동물원 운영과는 아무 상관없는 인디밴드 출신의 문화 기획 전문가였다. 이처럼 원칙 없는 황당한 인사가 이번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실제 지난달 시베리아 호랑이에게 목을 물려 사망한 사육사 심 모씨는, 1987년부터 지난해까지 20여 년간 곤충관리사로 근무했다. 그러다 올해 1월 갑자기 호랑이 사육사로 발령을 받았다.
하지만 체계적인 업무 인수인계나 새로운 업무에 대한 교육은 없었다고 한다. 고작 전임자에게 구두로 맹수의 특성에 대해 설명을 들은 게 전부였다고 한다.
서울대공원장 임명도 문제다.
지난 4월 개방형 공모를 통해 임명된 안영노 서울대공원장은 문화 컨설팅을 전문으로 해 온 문화기획자였다. 인디밴드 보컬로 활동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동물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사람이다. 그런 그를 임명권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원장으로 선택한 것이다.
그러니 서울대공원의 운영과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질리 만무하다.
실제 공원 운영을 책임지는 확대간부회의에선 호랑이를 여우 우리로 옮겨선 안 된다는 실무자 의견을 묵살했고, 결국 좁은 우리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호랑이가 사육사를 공격하는 사태의 단초를 제공했다.
지난달 10일에는 개코 원숭이가 한 마리가 우리를 뛰쳐나갔다. 암컷을 두고 쟁탈전을 벌이던 수컷 개코원숭이가 흥분해 관람석으로 난입한 거다.
이 개코원숭이는 사나운 성격의 아누비스 종으로 야생에서는 표범과도 맞서 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람을 하던 시민들의 인명피해가 일어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개코원숭이 탈출은 허술한 자물쇠 관리가 문제였다고 한다.
앞서 지난해 8월 5일에는 흰코뿔소 '코돌이'가 우리 밖으로 도망쳐, 사육사가 쓰는 방으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육사들은 코돌이를 벽으로 몰아 물포를 쐈고, 충격을 받은 코돌이는 심장마비를 일으켜 숨졌다.
그런데 공원 측은 사실을 숨기기에만 급급해 코뿔소를 10여 조각으로 해체해 몰래 묻어버렸다고 한다.
코뿔소 탈출 원인 역시 '문 관리 소홀'로 밝혀졌고 직원들이 노후시설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고 한다.
이후 지난달 24일, 결국 호랑이가 우리를 탈출해 사육사 52살 심모씨를 무는 인명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사육사 통로에서 어슬렁거리던 호랑이는 높이 1m의 펜스만 넘으면 관람객을 덮칠 수 있었다.
그 당시 동물원에는 1000여명 정도의 관람객이 있었다고 한다. 자칫 대형참사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간담이 서늘해진다. 몇 번의 경고음을 무시했던 동물원 측의 안이한 관리, 감독이 결국 어이없는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여기에는 박 시장의 ‘정치 이벤트’가 한몫을 했다.
지난해 대공원에서 각종 쇼에 동원되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제주 앞바다에 방사했는데, 그 행사에 소송비용 등을 합쳐 무려 7억5100만원이 투입됐다.
변호사로 활동하던 때부터 동물에게도 권리가 있고 이를 인간이 지켜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온 박 시장의 '동물보호론'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진 셈이다.
하지만 그 비용을 맹수 사육장의 허술한 자물쇠 교체비용으로 사용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데도 박 시장은 자신이 이번 사고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고 있으니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화가 난다.
돌고래의 행복권이 동물원에서 일하는 계약직 사육사의 인권이나 생명보다 중요한 것인가?
아니라면, 고인의 유가족과 시민들에게 고개 숙이고 백배사죄함이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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