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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민주당을 향해 ‘콩가루 집안’ 같다는 비난의 소리가 나온다.
‘콩가루 집안’이란 찹쌀가루나 메주가루, 보릿가루, 쌀가루 등은 물을 넣고 반죽하면 잘 뭉쳐지는 데 반해 콩가루는 뭉쳐지지 않고 뿔뿔이 흩어지는 데서 비롯된 비속어이다.
실제 요즘 민주당을 보면 당의 지도부가 존재하고 있는지 헷갈릴 정도로 너무나 다양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주당 내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하는 것은 그리 나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아주 민감하고 첨예한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정당 구성원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민주당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아주 극과 극을 달리는 상반된 의견이 공공연하게 표출되기도 한다.
우선 광주에서 민주당이 '정당 해산심판청구 철회 촉구 결의안'을 주도하고 나섰지만, 광역의회와 기초의회가 서로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광주서구와 광산구의회는 해당 결의안을 부결한데 반해 광주시의회는 찬성으로 결의안을 채택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광주시의회는 9일 제222회 제2차 정례회 3차 본회의에서 민주당 소속 문상필 의원이 대표발의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정당 해산심판청구 철회 촉구 결의안'을 표결 끝에 찬성 16, 기권 2로 의결했다.
국무회의가 대통령 해외순방기간 중 '위헌 정당 해산 심판 청구의 건'을 상정 처리한 것은 헌법에 보장된 양심과 정치활동의 자유, 민주주의를 송두리째 파괴하는 행위로 보수와 진보, 정치적 이념을 떠나 헌정질서 파괴행위라는 것.
하지만 이에 앞서 광주서구의회와 광산구의회는 본회의에 상정된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 심판 철회 촉구 결의안'을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와 집단 표결불참 형태로 부결 또는 의결을 무산시키고 말았다.
같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광역의회와 기초의회의 의견이 극과 극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의 이런 모습은 장하나 의원의 대선불복 발언을 대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태도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 문재인 의원의 측근인 장하나 비례대표 의원이 연일 ‘대선불복’을 명시적으로 밝히며,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장 의원은 내년 6·4 지방선거 때 대통령 선거를 다시 치를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9일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물론 종교계나 시민사회단체에서 요구하는 것은 있지만 우리가 현실 정치에 개입하고 있는 국회의원으로서는 조금 더 신중한 발언을 하는 것이 당과 같이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우리 민주당은 지금 현재 어떤 경우에도 대선 불복이나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지 않고 있는데 정당에 소속된, 아무리 혈기 방장한 청년 의원이라고 하더라도 조금 더 신중한 그러한 발언을 해주는 것이 좋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같은 당 정청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게재된 '장 의원의 입장에 부쳐'라는 글에서 "헌법 제46조 2항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면서 "장 의원의 개인입장이 이에 부합, 배치되는지는 국민이 판단할 일이다. 그의 말할 권리조차 폭력적으로 단죄하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장 의원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이석현 의원도 "장 의원의 성명에 '선긋기'에서 나아가 징계하자는 당원이 있다면 그가 바로 징계 받아야 할 사람"이라며 "헌법 기관인 국회의원이 나랏일에 자신의 소신을 말 못하면 그게 민주국가인가"라고 장 의원의 발언을 지지했다.
그런데도 당 지도부는 여전히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실제로 이날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장 의원의 대선불복 성명 입장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은 채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 문제, 철도노조파업 등을 고리로 박근혜 정부 비판에 총력을 쏟았다.
다만 전병헌 원내대표가 "지난 대선과정에서의 불법과 부정에 대한 우리당의 입장은 명확하다"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국정원 개혁 최고책임자로서 대통령의 진정 어린 사과"라고 밝힌 게 전부다.
도대체 장 의원의 발언을 두둔하는 것인지, 질책하는 것인지 명확하지가 않다.
그러니 ‘콩가루 집안’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민주당 지지율이 아직 창당도 안 된 ‘안철수 신당’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은 이런 모습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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