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은 ‘민주당-김한길 X맨’인가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3-12-10 12:5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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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민주당이 지지율 반등의 좋은 기회를 놓쳤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그런 기회를 놓쳤다.

실제 여야 4자회담 합의 후 정치 평론가들은 당분간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바닥 수준에 머물고 있던 민주당 지지율도 덩달아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다. 오히려 민주당 지지율은 이전 보다 더욱 떨어지고 말았다.

실제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 3개월 중 가장 낮은 지지도를 형성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8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95%신뢰수준±3.1%P)를 실시한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19.2%에 불과했다.

새누리당 지지율 41.6%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특히 안철수 신당 창당을 가정할 경우 민주당 지지율은 9.5%에 그쳤다. 제1야당의 지지율이 한자리수 대로 추락하는 수모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 달전인 11월 6일의 여론조사 때보다 무려 3.7%p나 빠진 수치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민주당 문재인 의원의 대권 재도전 발언에 이어 문 의원의 측근인 장하나 의원의 ‘대선불복’ 발언이 정국의 핵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대선 불복’은 여야 모두에게 첨예한 사안으로 국민의 시선은 김한길 대표가 아니라 문 의원과 친노계 쪽으로 쏠렸고, 결국 김한길 대표는 정국을 주도할 동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그로 인해 민주당 지지율도 반등의 기회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실제 지난 9일 현대리서치가 전국7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95%신뢰수준±3.7%P)를 실시한 결과 ‘민주당 장하나 의원의 대선불복과 대통령사퇴 촉구’에 대해 63.1%가 부적절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적절하다는 응답은 24.6%에 그쳤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도 엇비슷하다.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한국갤럽이 전국1208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95%신뢰수준±2.8%P)를 실시한 결과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는 움직임에 대해 70%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동의한다는 응답은 고작 17%에 불과했다.

이처럼 국민의 동의를 받지 못하는 친노계 의원의 잇단 ‘대선불복’ 발언이 민주당 지지율을 더욱 끌어내리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문재인 의원이 ‘민주당 X맨’, 혹은 ‘김한길 X맨’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 내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문 의원과 친노계의 잇단 ‘대선불복’ 발언으로 인해 중도성향의 민주당 지지층은 지속적으로 이탈되어 가고 있다.

단지 진보성향 중 민주당을 지지하는 층만 결집되어 있는 상태다. 이는 민주당 지지층의 외연이 더욱 축소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 중도성향에서의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 10월 30일과 비교할 때 27.4%에서 19.8%로 무려 7.8%P나 빠져 있는 상태다. 진보성향에서도 39.8%에서 35.7%로 4.1%P 가 빠져나갔다.

정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친노계의 잇단 강경발언이 민주당은 중도 성향 지지자들의 이탈을 부추기는 반면, ‘안철수 신당’은 그들을 흡수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 안철수 신당은 여야의 극심한 대치국면에서 여론 지지 공간을 더욱 넓혀 나가고 있다.

리서치앤리서치 여론조사결과,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도는 25.3%로 한달전에 비해 3%P가까이 지지율이 올라갔다. 같은 기간 민주당 지지율은 13.2%에서 9.5% 로 뚝 떨어졌다.

특히 광주 전라 지역에서 지난 10월 30일 여론조사를 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지지율이 안철수 신당 보다 높았다. 그런데 지난 8일 조사에서는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37.5%로 제 1당에 올랐고 민주당은 20.8%로 절반 수준을 겨우 넘기는 수준에 그쳤다.

문재인 발 격한 정쟁의 흐름 속에서 기존의 민주당 지지층이 가장 우선적으로 안철수 신당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친노계의 잇단 공세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큰 변화가 없다.

리서치앤리서치의 여론 조사결과,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33.6%로 조금 오르긴 했으나, 긍정평가는 57.9%로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문재인 의원과 민주당 내 친노계의 ‘대선불복’ 발언이 박 대통령 지지율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은 되레 높여주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같은 당 김한길 대표의 리더십에는 흠집을 내고, 민주당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있으니 혹시 문재인 의원이 ‘민주당 X맨’이거나 ‘김한길 X맨’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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