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원 공천제 논의, 어찌해야 하나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4-01-06 16: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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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폐지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새누리당은 서울특별시와 광역시의 구의회를 시의회와 통폐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구의회를 없애자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지난 해 7월 당론으로 결정한 것처럼 모든 기초의원의 공천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방안은 모두 잘 못된 것이다.

물론 새누리당이 검토하고 있는 구의회와 시의회의 통폐합안은 ‘기초의회 무용론’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민주당이 주장하는 기초의원 공천폐지론은 공천과정의 비리 때문에 불거졌다는 점에서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먼저 ‘기초의회 무용론’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질이 의심스러운 기초의원들의 음주운전과 폭행 등 추태가 만연해 있고, 금전과 관련된 비리도 연일 언론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서울의 모구의회 의원들은 시민들의 혈세를 가지고 제주도에 가서 신나게 골프를 즐기다 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집행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처럼 툭하면 터지는 기초의원들의 일탈행동에 유권자들은 이제 신물이 날 지경이다.

따라서 기초의회 폐지여부를 묻는 여론조사를 한다면, 찬성의견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올 것이다. 어쩌면 공천폐지 찬성여론보다도 훨씬 높게 나올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정말 기초의회를 폐지해야 하는가. 그것은 아니다.

문제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없애자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초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뿌리라는 점에서 보호받고 적극 육성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새누리당은 기초의원의 자질을 높이고, 기초의회의 역량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면 민주당의 공천폐지 주장은 어떤가.

역시 동의하기 어렵다.

물론 그동안 기초의원의 공천과정에 숱한 비리의혹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공천폐지 찬성 여론이 높게 나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이유 때문에 공천을 폐지하자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사실 정당공천제는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훨씬 많다.

공천을 폐지했을 경우에 정당이 작동시켜 온 공직후보자에 대한 검증 절차와 장치를 철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폐해가 더 심각해 질 수도 있다.

특히 공천폐지 결정은 여성과 장애인은 물론 정치신인들의 지방선거 진출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으며, 자금과 조직 면에서 우세한 지방토호세력들이 득세하거나 현역 정치인이 기득권을 활용해 온존할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정당 책임정치 실종’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공천제는 오히려 강화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가 2003년 후보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금지하는 법률조항을 위헌으로 판결한 상황이다. 따라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할 경우 '헌법적 권리인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이유로 위헌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위헌논란을 피해하기 위해 사실상의 ‘내천’이라고 할 수 있는 ‘정당 표방제’를 실시한다면 그것은 편법으로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이미 ‘내천’이 얼마나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 익히 경험해 알고 있는 마당이다.

따라서 공천제 개혁방향은 기초의회를 폐지하거나 공천제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오히려 기초의회 무용론이 다시 거론되지 않도록 여야 각 정당은 우수한 자질과 능력을 갖춘 후보들을 공천할 수 있도록 ‘후보 자질 검증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특히 공천제 순기능은 극대화하고 역기능은 개선하는 방안을 찾아 당원과 주민참여가 보장되는 형태의 공천 제도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공천제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화되는 게 올바른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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