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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당 창당을 서두르는 안철수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정가 주변을 유령처럼 맴돌고 있다.
물론 현재 상황에서 안 의원이 직접 시장선거에 신당 후보로 나설 가능성은 매우 낮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안철수 출마설에 그다지 힘이 실리는 분위기는 아니다.
실제로 ‘안철수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새정치추진위원회 윤여준 의장은 최근 안 의원의 출마설에 대해 “공동위원장들의 사석에서도 그런 얘기가 나온 적이 없다”며 “내부에서 그런 논의가 있었던 적은 없다”고 정면 부인한 바 있다.
앞서 윤 의장은 전날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도 "안철수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면 당선이 확실할 것이란 말도 들리지만 국회의원에 당선된 지 1년도 안 돼 시장으로 나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고 일축한 바 있다.
하지만 그동안 정치인들이 상식에 반(反)하는 선택을 한 적이 어디 한 두 번인가.
이른바 ‘후보단일화’라는 것도 그렇다. 이건 정상적인 방법이 아닐 뿐만 아니라 상식에 맞는 일도 아니다.
상식적인 판단이라면 선거에서의 내부경선은 같은 정당 소속 사람들끼리 하는 게 맞다. 각기 다른 정강정책을 내걸고 있는 정당의 후보들이 모여 경선을 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행위이다. 그런데 안 의원은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에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후보단일화를 했었다. 상식과 맞지 않은 선택을 했던 것이다.
이미 한번 상식에 어긋난 선택을 했던 그가, 이번에도 그런 선택을 하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서울시장 선거는 지방선거의 최대승부처인데, 민주당 소속 박원순 시장과 견줄만한 신당 후보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장 선거에 독자후보를 내는 일을 포기할 수도 없다. 지방선거를 지나 대선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서울시장 후보를 내야 하는 게 안철수 의원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만일 서울시장 선거에서 후보조차 내지 못한다면, 신당의 미래는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은 그런 정당을 ‘대안정당’으로 인식하지도 않을 것이고, 따라서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민주당 소속 박원순 시장을 지지하고, 야권연대를 모색하는 것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무엇보다도 여론이 그걸 찬성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MBN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4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를 실시한 결과 ‘안철수신당이 독자후보를 낼 것’이라는 응답자가 49.3%로 절반가량이나 됐다. 반면 '박원순 시장과 연대할 것'이란 의견은 37.0%에 그쳤다. '잘 모르겠다'는 의견은 13.7%다.
전망을 한다는 것은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는 심리가 담겨 있다. 즉 여론은 야권연대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뜻이다.
그런 민심에 부응하기위해서라도 안철수신당 측에서는 박 시장과 연대 없이 후보를 내야만 한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그나마 한번 해볼만하다고 생각되는 장하준 고려대 교수마저 안 의원의 잇단 출마제의를 뿌리치고 말았다.결국 안 의원 측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낼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사람은 안철수 의원 한 사람뿐이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안 의원의 출마를 종용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장하성 교수 출마설이 해프닝으로 막을 내리자 ‘싫다는 사람에게 출마를 권유하지 말고 안철수가 직접 나서라’는 글이 인터넷상을 떠돌고 있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안 의원에게 본인이 직접 서울시장에 나서는 용기를 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다보면 안 의원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등 떠밀려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장난스럽게 등장한 안철수 서울시장 출마설이 현실로 이뤄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만일 안 의원이 신당 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안철수 의원의 아름다운 양보로 서울시장에 당선됐던 박원순 시장이 이번에는 거꾸로 자신이 안 의원에게 ‘아름다운 양보’를 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아니면 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시장, 새누리당 후보가 격돌하는 3파전이 벌어질까?
그 경우,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
거대 여당인 새누리당 후보가 거물급 야권 후보의 다툼으로 인해 어부지리(漁父之利)로 당선되기는 하는 걸까?
아니면 야권 후보의 용호상박(龍虎相搏)과 같은 위세에 눌려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꼴찌의 수모를 당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안철수 의원의 출마설은 이렇듯 많은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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