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에게 묻는다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4-01-20 14: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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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기초선거에서의 정당공천 폐지논란에 뒤늦게 뛰어 들어 부채질하는 모양새다.

사실 이 문제는 이미 물 건너갔다. 현실적으로 국회정개특위 활동시한인 1월 31일까지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공천폐지 여부를 종결짓는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필요한 논쟁을 중단하고, 기초공천 폐지 이외의 다른 정치 개혁 과제를 논의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그런데 왜 안철수 의원은 뒤늦게 이 문제에 끼어들어 논란을 확대 재생산하는 것일까?

우선 안철수 신당의 입장에서 보면, 후발주자로서의 페널티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당공천제는 폐지하는 게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동시에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정개특위 해산 요구 등을 통해 기성정당의 무능함을 공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당공천 폐지논란은 가열되면 될수록 신당에게는 유리하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우선 진보정당인 정의당 천호선 대표의 지적처럼 정당 공천은 지방 정치에 있어 ‘만악의 근원’이 아니다.

정당 공천 유지에는 책임 정치 실현, 여성과 소수자의 대표성 확대 같은 합당한 이유가 있다.

그런데도 안 의원은 마치 정당공천 문제가 선과 악의 대결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오죽하면 천 대표가 그런 안 의원을 향해 “안 의원이 그토록 혐오하는 낡은 정치와 무엇이 다른가. 충분한 이유 없는 편가르기는 또 다른 진영론일 뿐"이라고 쏘아붙였겠는가.

사실 안 의원 자신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몇 차례나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공천을 전면 폐지했을 경우 각종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실제 안 의원은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 당시에는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했었다. 그런데 지난 8월 28일에는 '기초선거 단계적 정당공천 폐지'를 제안하고 나섰다.

정당공천 폐지는 1차적으로 기초의원 선거에 한해 적용하고, 순수한 주민자치 정신과 지역발전에 부합할 경우에 그 다음 선거에서 2차로 기초단체장까지 확대 적용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제안도 확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13일에는 느닷없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런데 그게 끝은 아니었다.

지난 12월 11일에는 기초단체 가운데 ‘인구 100만 이상, 또는 행정구가 있는 곳은 공천’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다 이번에 또 다시 전면폐지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처럼 안철수 의원 자신도 분명하게 입장을 정하지 못한 채 여러 차례나 오락가락해야 할 만큼 공천폐지 문제는 복잡하다. 이런 문제를 이제 며칠 남지 않은 정개특위 활동시한 내에 매듭짓는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에 개정 룰을 적용해야 한다는 건 억지다. 많은 시간을 두고 논의 한 뒤 필요하다면 다음 지방선거부터 적용해도 될 일이다. 그런데도 성급하게 서두르는 것은 아무래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안 의원은 그 강박관념으로 인해 이번에 국민 앞에 자신의 잘 못된 모습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말았다.

우선 안 의원 스스로 국회를 경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말았다.

실제 그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여야 합의로 운영 중인 국회 정치개별특별위원회 해산을 요구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율이 높게 나오다보니 자신이 300명의 국회의원 중 1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 같다. 이것이야말로 매우 위험한 발상 아닌가.

아무리 개인의 지지율이 높아도 일개인이 국회 위에 군림할 수는 없는 것이다.

특히 평당원에 불과한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요구한 것은 대단히 잘 못된 처사다.

입법기관은 국회다. 법률제정의 권한은 국회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에게 입법문제에 대해 입장표명을 요구할 수 있는가. 사실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게 정상이다. 말하는 순간, 그것은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안 의원이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것을 보면, 만일 그가 대통령이 될 경우 사사건건 국회에 간섭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워진다.

혹시 안 의원은 국회가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 기관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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