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지도자의 위험한 ‘CEO 마인드’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4-04-02 16: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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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지도자에게 있어서 가장 위험한 마인드를 꼽으라면, 어느 것을 꼽을 수 있을까?

그동안 필자는 ‘CEO 마인드’의 위험성을 수차에 걸쳐 지적해 왔다.

실제 지난 2010년 12월 1일 칼럼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과 관련, 효율성만을 강조하면서 복지를 축소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그가 이익만을 쫓는 건설사 CEO 출신이기 때문일 것”이라며 정치지도자의 ‘CEO 마인드’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정치권에서 ‘장자방’으로 불리는 윤여준 전 새정치신당추진위원회 의장도 필자와 같은 생각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윤 전 의장은 2일 SBS와 단독 인터뷰에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부정평가하면서 "CEO 마인드가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앞서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에도 "안철수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처럼 철저하게 기업 CEO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어 국정을 운영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러면, 정치인의 CEO 마인드가 왜 문제라는 것일까?

기업의 CEO는 이익을 내기 위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생명으로 하지만 국가 운영은 그렇지 않다. 국가운영에는 비록 효율성이 없더라도 복지를 챙기고 약자를 보호하는 등 기업 운영과 다른 퍼블릭(public) 마인드가 필요한 것이다.

늘 국민의 의사를 물어야 하고, 토론을 통해 타협점을 찾아가는 민주적인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당연한 민주적 절차가 CEO의 시각에서 바라볼 때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시간과 인력낭비라는 생각이 들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CEO 출신의 정치인들은 그런 과정을 생략하고 싶어 하고, 그러다보니 민주주의적 절차나 원리를 무시하거나 위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가 약 한달 전 민주당과의 통합을 결정 할 때에도 ‘CEO 마인드’가 작동했다.

만일 그가 CEO 출신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중요한 결정을 독단적으로 판단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당시 윤여준 전 의장과 김성식 전 공동위원장 등 독자신당을 함께 추진하던 핵심인사들과도 상의조차 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민주 정당의 가장 기본사항인 ‘논의’조차도 비효율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생략해 버린 것이다. 그 후유증은 상당했다. 김성식 전 공동위원장이 바로 안철수 대표의 곁을 떠났고, 민주당과의 통합직후에는 윤여준 전 의장마저도 등을 돌리고 말았다.

그러면 다른 CEO 출신의 정치지도자는 어떤가. 사실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앞서 필자가 언급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를 살펴보자.

그는 4대강 사업추진 당시 토론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에 대해 “4대강 사업은 충분히 백년대계를 보고 생각했기 때문에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일축해 버렸다.

민주적 절차인 토론과정을 아예 ‘불필요한 논쟁’으로 여긴 것이다. 안철수 공동 대표가 내부 논의과정 없이 독단적으로 통합을 결정한 것과 너무나 닮은꼴이다.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도 CEO 출신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의 정치행보 역시 이들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당시 창조한국당은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포함 겨우 3석을 얻는 데 그쳤다. 그 때 당시 문국현 전 대표는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와 손을 잡고 원내대표를 구성했다.

당시 문 전 대표의 선택은 CEO 출신답게 ‘효율성’에 기반 한 것이었다. 즉 의석 3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택했다는 말이다.

사실 의석 3개로 ‘나홀로’를 고수하는 건 어리석을지도 모른다.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원 오브 뎀’에 머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한 정치평론가는 “문 대표는 CEO 출신다운 선택을 했다. 복리 이자를 주는 투자처를 찾았다. 복리 이자 뿐만 아니라 인센티브까지 얹어줄 자유선진당을 택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창조한국당과 자유선진당의 결합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고, 문 전 대표 역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물론 아직도 정치권에는 CEO 출신들이 일부 활동하고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정치인이 새누리당에서는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몽준 의원이다.

일개 국회의원일 경우에는 설사 ‘CEO 마인드’를 지녔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1000만 서울시민의 수장인 서울시장의 꿈을 지니고 있다면 이제 마인드에서 벗어나야 한다.

과연 그가 위험한 ‘CEO 마인드’를 탈피할 수 있을지, 그 결과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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