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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에서 기초선거 ‘무(無)공천’ 방침을 결정한 새정치민주연합의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무공천 철회를 요구하는 당내 의원들의 공개비판이 잇따르는가 하면, 지난 총선 당시 민주당과 야권연대를 이루었던 통합진보당은 물론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민련과의 야권연대의사를 밝힌 정의당마저 무공천 결정을 강력비난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안철수와 문재인 등 야권대선주자들에게 우호적이었던 야권성향의 인사들까지도 비난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안 대표가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동을 제안하며 한 가닥 실낱같은 희망을 가졌지만 이마저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우선 새민련 내부를 살펴보자.
정청래 의원은 7일 오전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통화에서 "안철수 대표의 명분도 중요하지만 3000명 후보와 알토란 같은 당원들의 소중한 생명이 어쩌면 더 중요하다"며 "그런 생각에서 연일 무공천을 철회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그는 무공천을 고집해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 안 대표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뜻에서 "당원들의 의사를 짓밟고 당대표인들 온전하겠는가?"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앞서 신기남 의원도 전날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방자치제도 역사상 기초선거를 포기하는 아마도 세계 최초의 정당이 될 듯하다"며 "과연 이것이 약속을 지키는 길일까요. 편견 아닐까요. 오기는 혹시 아닐까요"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당 밖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무엇보다도 지난 총선 당시 ‘야권연대’를 이루었던 진보정당들이 한 목소리로 새정치연합의 무공천 방침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 뼈아픈 대목이다.
통합진보당 서울시장 후보인 정태흥 서울시당 위원장은 무공천 방침을 “헛발질”이라고 폄하했다.
정의당 서울시당 출마자들도 "안철수 의원은 근본적인 정치개혁과 무관한 기초선거 정당 무공천 논란으로 반(反)정치를 만들고 있다"며 "제1야당의 역할을 고사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이 스스로 천명한 민생중심정치마저 저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정의당 천호선 대표는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통해 지방자치를 부활시킨 김대중 대통령이나 일관되게 정치개혁을 위해 헌신한 노무현 대통령을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두 분이 살아계셨더라도 기초공천 폐지를 놓고 이렇게 싸우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뿐만 아니라 새민련에 우호적인 비정치권 인사들도 무공천 결정을 비난하고 있는 실정이다.
옛 민주당 정치혁신위원장을 지낸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이날 MBC <'신동호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선거가 만약 새정치민주연합의 패배로 끝났을 때 안철수 대표가 져야 되는 책임이 굉장히 클 수가 있다"며 "그러므로 안 대표의 결단으로 철회를 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의원을 도왔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CBS와의 인터뷰에서 "새정치의 요체가 기초공천 폐지는 아니다. 이 문제가 모든 문제의 본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마저 안철수 공동대표의 회담 제안을 공식 거부하고 말았다.
실제 청와대 박준우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2시 국회 당 대표실에서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를 만나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혹시나 하며 기대했던 마지막 출구마저 ‘꽉’ 막혀버린 셈이다.
하지만 이는 자업자득이다.
사실 ‘공천폐지’는 처음부터 잘못 낀 단추였다. 공천은 정당의 책임정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특히 토호세력의 발호를 막고, 장애인이나 여성 등 사회적 약자는 물론 참신한 정치신인들의 지방정계진출을 위해서라도 공천제는 꼭 있어야 하는 제도다.
다만 공천과정에서 일부 발생하는 비리나 부패가 문제였을 뿐이다. 이 문제는 공천과정을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이 되도록 만들면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안철수 대표는 포퓰리즘에 빠져 아예 공천포기를 선언하고 말았으니, 이는 대단히 잘못된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제 와서 되돌릴 수도 없게 됐다.
안철수 대표가 무공천 결정을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의 통합 제1명분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지금 안철수 대표는 기원전 202년, 해하(垓下, 안휘성 영벽현 동남쪽)에서 한나라군에 의해 포위당한 초나라의 항우가 사방에서 들려오는 초나라 노래를 듣는 것과 같은 심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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