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또 ‘철수’...남은 것은 ‘오기’뿐?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4-04-08 16:2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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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안철수, 또 철수(撤收)야?”

이는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8일 기자회견을 통해 ‘기초선거 무공천 결정’을 사실상 백지화 한데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사실 안철수 대표가 정치에 입문 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이 내세운 원칙과 소신을 벌써 몇 차례나 후퇴시키고 말았다.

실제 2012년 대선 출마 선언 직후 그는 ‘결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화는 없다’는 뜻을 공공연하게 밝혔다. 그러나 그는 결국 단일화를 요구하는 야권의 압박에 굴복, 야권후보 단일화를 선언하고 말았다. 대선후보에서 ‘철수(撤收)’ 한 것이다.

하지만 안 대표의 ‘철수’사건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는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해 말 독자정당을 추진하면서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연대 대상이 아닌 심판의 대상’이라거나 ‘기존의 정치세력과 과감하게 결별하겠다’고 약속 했었다. 심지어 그는 야권연대에 대해서도 ‘민주당과 선거공학적인 연대는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었다.

하지만 그는 “호랑이(구정치)를 잡으려면 호랑이굴(기존 정당)로 들어가야 한다”면서 신당창당을 포기하고 심판의 대상이라던 민주당과의 합당 형식으로 야권 통합신당을 창당하고 말았다.

안 대표 스스로 ‘독자신당 창당’의지를 철수해버린 것이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민주당과의 통합명분으로 ‘기초선거 무공천’을 내세웠다.

실제 당시 안 대표는 민주당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약속을 지켰기 때문에 통합을 결심하게 됐다는 뜻을 분명히 한 바 있다.

하지만 안철수 대표가 ‘무공천’의지를 굽히지 않고 끝까지 갈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필자도 이미 지난 달 23일자 칼럼에서 “합당 절차가 마무리되면 기초 선거 공천 폐지가 다시 논의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왜냐하면, ‘대선후보’에서 철수하고, ‘독자신당’에서 철수한 그가 ‘무공천’만큼은 절대 철수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했던 대로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초선거 공천 폐지에 대해 국민 여러분과 당원들의 뜻을 묻기로 했다”며 ‘무공천’ 방침을 철회하고 말았다.

이로써 안 대표를 상징하는 '새정치' 이미지는 퇴색됐다는 평가다.

통합신당 탄생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무공천이 일단 재검토로 흔들리게 됐으며 당내 논란의 종지부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안 공동대표의 소신은 후퇴했다는 지적이다.

투표 결과에 따라 자신의 정치적 브랜드와도 같은 '새정치'의 원칙을 훼손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애초부터 잘못된 ‘무공천 결정’을 철회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이다. 사실 정당공천을 포기하는 것은 책임정치를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이었다.

따라서 안 의원은 ‘공천폐지’라는 자신의 잘못된 대선공약, 즉 포퓰리즘 공약을 내세웠던 것에 대해 국민과 당원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는 모습부터 보였어야 옳았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공천폐지를 자신의 ‘소신’이라며 고집을 부리고 있다.

실제 안 대표는 “기초선거 무공천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정말 황당하다. 그런 소신을 아무런 근거 없이 내팽개쳐버리는 것도 웃기는 얘기지만, 자신의 소신을 여론조사로 결정한다고 하니 얼마나 웃기는 얘기인가.

오죽하면 야권연대의 한축인 정의당에서 “이런 결정방식이 또다시 무책임정치를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겠는가.

이제 안 대표는 ‘만성적 대국민 약속 번복’이라는 늪에 빠져들고 말았다.

‘대선후보’ 철수, ‘독자신당’ 철수에 이어 이번에 ‘무공천’까지 모두 철수함에 따라 안 대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양치기 소년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이쯤 되면 안 대표의 “또 철수했다”는 소리가 양치기 소년의 “늑대가 나타났다”는 소리로 들리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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