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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대로 새정치민주연합은 10일 기초선거 무공천 결정을 백지화하고 말았다.
이로써 안철수 공동대표는 국민들에게 ‘양치기 소년’으로 낙인찍혔다.
정치에 입문 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안 대표가 이미 몇 차례나 자신이 내세운 원칙과 소신을 후퇴시켰기 때문이다.
며칠 전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그는 지난 2012년 대선 출마 선언 직후 ‘결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화는 없다’는 뜻을 분면하게 밝혔었다. 그러나 그는 결국 단일화를 요구하는 야권의 압박에 굴복, 야권후보 단일화를 선언하고 말았다.
또 그는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해 말 독자정당을 추진하면서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연대 대상이 아닌 심판의 대상’이라거나 ‘기존의 정치세력과 과감하게 결별하겠다’고 약속 했었지만 그는 결국 신당창당을 포기하고 심판의 대상이라던 민주당과의 통합신당을 창당하고 말았다.
당시 안 대표는 민주당과의 통합명분으로 ‘기초선거 무공천’을 내세우면서 반드시 무공천을 하겠다는 의지를 수차에 걸쳐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이 약속마저도 지키지 않았다.
사실 공천제는 정당의 책임정치 실현이라는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새정치연합이 공천을 실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다만 그 과정이 너무나 잘못됐다는 게 문제다. 그 원인 제공자는 바로 안철수 대표다.
우선 정당책임정치 구현을 위해 필요한 공천제를 마치 ‘만악의 근원’이나 되는 것처럼 생각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여야 기존 정당의 공천과정에 일부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천제를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은 빈대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자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우매한 일이었다. 따라서 공천폐지를 주장했던 자신의 대선공약이 잘못되었음을 솔직하게 시인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면서 공천을 실시하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도 안 대표는 그 책임을 당원과 국민에게 떠넘기는 대단히 나쁜 형식을 취했다.
사실 당원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했는데, 그 당원들은 본인 스스로가 출마자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출마자와 직접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실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무공천을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 쪽으로 기울 가능성은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역에 따라 새정치연합과 선택적인 연대 입장을 밝힌 정의당 천호선 대표마저도 기초공천 철회 투표에 대해 "무공천 철회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단정했을 정도다.
실제 그는 새정치연합이 지난 8일 ‘아직 무공천 철회는 아니다’라고 주장한 데 대해 “이미 결과를 예측한 결정”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만약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사과하고 방침을 변경하면 되는 것인데, ‘나는 옳다고 생각하지만 투표와 여론조사 결과에 무조건 따르겠다’는 안철수 대표의 기자회견은 지도자로서의 올바른 태도로 보기 어렵다”고 질책했다.
아니나 다를까, 투표 결과는 겨우 오차범위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음에도 새정치연합은 무공천 결정을 철회하고 말았다.
이로써 기초선거 공천을 둘러싼 무의미한 정쟁도 마무리된 셈이다.
이 정쟁의 책임은 지난 대선 당시 국민들의 정치불신, 정당혐오 분위기에 편승해 포퓰리즘적인 공약을 내세운 안철수 대표에게 있다. 물론 당시 박근혜, 문재인 등 여야 대선주자들도 경쟁적으로 그 공약을 따라 갔다는 점에서 일정정도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그 단초를 제공한 것은 안 대표였다.
특히 새누리당은 나중에 공천폐지가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공천유지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음에도 안 대표는 홀로 고집을 부렸다.
그 결과 국민들이 이해하기도 어렵고 정당정치를 후퇴시키는 정당공천폐지 문제로 정치가 수개월여의 시간을 허비해야만 했다. 무엇보다 제1야당이 기초선거 논란에 빠지면서 민생과 복지 현안은 뒷전으로 물러났다.
안 대표는 이에 대해 정치지도자로서 분명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
한때 신임투표까지 주장하면서 무공천에 정치적 명운을 걸었던 안철수 대표의 정치적 위상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으면서 새정치 이미지와 맞물린 '안철수 효과'도 사실상 더 이상 기대하긴 힘들어졌다. 특히 양측의 통합의 고리였던 무공천이 철회되면서 '도로 민주당'이란 비판만 떠안게 됐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정계은퇴를 선언하는 것은 어떨까?
벌써 네 차례나 철수(撤收)했는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철수한들 그게 뭐 그리 대수 일까마는 그래도 멋지게 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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