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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통합신당을 만들면서 새 정당의 이름을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정했다. 그러면서 약칭을 ‘새정치연합’으로 표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오프라인 언론의 경우 지면제약으로 인해 정당의 약칭표기를 3글자로 줄이는 경우가 많다. 실제 상당수의 언론은 자체적으로 ‘새정연’, ‘새민련’ 등을 약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자 새정치민주연합의 박광온 대변인은 추가적으로 ‘새정치’라는 약칭을 발표, 이를 사용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이미 지난해 7월 누군가 ‘새정치 국민의 당’이라는 이름으로 선관위에 등록을 한데다가, 이 당의 약칭이 ‘새정치당’이기 때문이다.
현행 정당법에 따르면 정당 명칭(약칭 포함)은 이미 등록된 정당이 사용 중인 명칭과 뚜렷이 구별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새정치연합’은 ‘새정치당’의 유사당명으로 이 규정에 반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은영 ‘새정치당’ 대표는 지난 달 자신의 트위터에 "약칭 '새정치연합'에 대한 유권해석질의서를 1차로 선관위에 보냈다"며 "선관위에서 새정치당의 입장에 부합한 회신이 없을 경우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새정치당’ 김현수 대변인은 13일 “‘새정치연합’은 ‘새정치당’ 명칭을 도용하지 말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기초선거정당 불공천을 조건으로 ‘민주당’과 안철수의 ‘새정치연합’이 합쳐서 ‘새정치민주연합(약칭 새정치연합)’을 창당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대국민약속을 어기고 기초선거 정당공천을 유지하기로 함으로써 이제 ‘새정치’는 사라지고 ‘순도 99.99%의 도로민주당’이 돼 버렸다”며 “‘새정치연합’은 낯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2007년 민주당과 민주신당의 ‘유사당명사용금지가처분신청’ 당시를 잊지 않았다면 새정치를 도용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정치민주연합’이 당명 약칭을 ‘새정치연합’으로 하겠다고 해서 우리는 농담인 줄 알았다. 명품에는 짝퉁이 꼭 따라 다닌다. 유명상표에 유사상표가 나오는데 ‘새정치연합’이 ‘짝퉁정당’, ‘속임수 정당’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민과 유권자가 볼 때 ‘새정치당’과 ‘새정치연합’이 헷갈릴 것”이라며 “이는 국민에 대한 도리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 김 대변인은 “이제 정치적으로는 ‘도로민주당’이 되었기에 ‘새정치연합’이라는 당명을 계속 사용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라며 “굳이 새정치연합을 사용하겠다고 한다면 ‘짝퉁새정치연합’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비아냥거렸다.
그는 “4월15일까지 확답이 없으면 ‘유사당명사용금지가처분신청’을 비롯한 법적, 정치적 무효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약칭을 ‘새정치’ 혹은 ‘새정치연합’이라고 표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법원의 판결이나 선관위의 공개적인 유권해석이 나오기 전까지 ‘새정치’의 ‘새’자와 ‘민주’의 ‘민’자, ‘연합’의 연자를 따서 ‘새민련’으로 표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약칭이 그리 나쁘다는 생각을 하지도 않았었다. 과거 2003년 열린우리당 출범 당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을 ‘열우당’이라고 불렀다. 그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었다. 어감이 좋지 않았다. 더구나 열린우리당측에서는 ‘우리당’으로 불러 달라고 요청했고, 그와 유사한 당명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새민련’이라는 당명을 사용해도 어감이 그리 나쁜 게 아니다. 더구나 ‘새정치연합’이라는 약칭에 대해 ‘유사당명사용금지가처분신청’을 제기하겠다는 정당도 있지 않는가.
그런데도 ‘새정치연합’이라는 약칭을 사용해달라는 요구는 조금 지나친 것 아니겠는가.
물론 가급적이면 이름만큼은 당사자 의견을 존중해줘야 한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새정치연합’이 아니라 ‘새정치’로 불러주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공정해야 할 언론이 ‘유사당명’ 사용이라는 문제가 있는 것을 빤히 알면서도 ‘새정치당’의 세력이 약하다고 해서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를 무시하고, 그 이름을 도용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우리 <시민일보>가 불가피하게 새정치민주연합의 약칭을 ‘새민련’으로 표기하는 이유다. 만일 법원이나 선관위가 ‘새정치당’과 ‘새정치’가 서로 유사당명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릴 경우 우리는 기꺼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약칭을 ‘새정치’로 표기해 줄 의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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