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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세월호 참사에 대해 공식 사과하면서 관료사회의 적폐(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 해소의지를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이번 사고로 희생된 분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지 못하고 초동대응과 수습이 미흡했던데 대해 뭐라 사죄를 드려야 그 아픔과 고통이 잠시라도 위로받을 수 있을지 가슴이 아프다. 이번 사고로 많은 고귀한 생명을 잃게 돼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고 사실상 대국민사과를 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이번에는 반드시 과거로부터 이어온 잘못된 행태들을 바로잡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틀을 다시 잡아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또 “과거부터 관행적으로 내려온 소수인맥의 독과점과 민관유착, 공직의 폐쇄성은 어느 한 부처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부처의 문제”라며 “특히 공무원 임용방식과 보직관리, 평가, 보상 등 인사시스템 전반에 대해 확실한 개혁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한마디로 이번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관료사회의 전반적인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공무원의 3무(無), 즉 ‘무사안일ㆍ복지부동ㆍ전문성부족’에 대한 비판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역대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던 것은 거대한 관료사회의 보이지 않는 저항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바로 그 관료들인지도 모른다.
올해를 기점으로 한국의 국가공무원 숫자는 100만명(지방공무원, 입법ㆍ사법부 포함)을 넘어선다고 한다. 그들을 개조하지 않고서는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해 나갈 수가 없다.
그러자면 박 대통령은 ‘국가공무원과의 전쟁’을 불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공직사회를 병들게 하는 환부를 도려내는 일이 시급하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관료들과 특정 이익집단이 결탁한 ‘관피아 공화국’의 먹이사슬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따라서 ‘관료 카르텔’을 혁파하는 일이 급선무다. 해수부 퇴직 공무원이 이번 참사와 관련된 한국선급, 한국해운조합 등 유관기관의 수장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 및 단체 14곳 중 11곳에서 해수부 퇴직 관료들이 기관장을 맡고 있다.
이들 퇴직 관료가 ‘친정’의 현직 후배 관료를 상대로 사실상의 로비스트 역할을 하면서 적당주의가 만연하게 된 것이다.
이는 비단 해수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부처 역시 마찬가지다. 보통 결심이 아니면 관료사회의 적폐는 풀기 힘든 지경에 다다른 것이다.
고시제도를 통한 공무원 채용 제도도 문제다.
이번 참사 수습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현장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고위직에 앉아 우왕좌왕하는 무능한 모습을 보였다. 아무리 현장 능력이 탁월해도 고시에서 점수 몇 점 더 받은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는 행정고시제도는 결과적으로 공무원조직을 무능한 조직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따라서 차제에 행정고시 제도를 철폐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직사회의 순혈주의도 혁파대상이다.
군인의 경우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이 아니면 진급이 힘들다. 삼사 출신이나 학사장교 출신들은 각종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더라도 육사 출신에게 밀린다. 육사 출신들의 비뚤어진 선민의식과 순혈주의에서 비롯한다. 이로 인해 군인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따라서 육사출신과 다른 출신을 차별하는 승진제도는 반드시 손을 봐야 한다.
경찰대학도 문제다.
사실 우리나라와 같이 특혜로 얼룩진 경찰대학을 운영하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국민이 접하는 일선 현장경찰은 경찰대학 출신이 아니다. 현장경찰은 대부분 순경으로 입문해 헌신적으로 치안서비스에 헌신하는 경찰들이다. 그런데 경찰대학은 바로 그들의 사기를 크게 저하시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행정고시 폐지와 함께 경찰대학 폐지 문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관료사회의 적폐, 즉 행정고시 출신, 육사-경찰대 출신 등과 같은 관료사회 ‘순혈주의’를 혁파하려면 기득권 세력의 심각한 저항이 따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이 바로 관료사회의 카르텔을 깨야할 시점이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이 칼을 빼든 만큼, 인사시스템 전반에 대해 확실한 개혁방안을 만들고 실천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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