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향식 공천은 ‘개혁공천’이 아니다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4-04-30 13: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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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무(無)공천을 고집할 당시 새누리당은 그에 대응하기 위해 ‘상향식 공천’을 제시했다.

하지만 안 대표의 ‘무공천’이 ‘새정치’가 아니었듯이 새누리당의 상향식 공천도 ‘개혁공천’은 아니다.

무공천은 무엇보다도 ‘책임정치 구현’이라는 정당의 막중한 책임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헌신짝처럼 내팽개쳐도 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정당공천제는 책임정치를 구현하는 가장 큰 기반이며, 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책임정치를 방기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특히 장애인이나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의 정계진출 통로 차단, 후보들의 난립, 지방토호 세력의 발호 등과 같은 문제들을 생각한다면 공천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의 상향식 공천은 바람직한가?

아니다. 상향식 공천은 사실상 ‘기득권 지키기’로 장애인이나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의 정계진출 통로 차단이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제도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새누리당 부산지역의 기초단체장 경선에서 현역강세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실제 새누리당 부산시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이날 현재 16개 기초단체 가운데 해운대·북·금정구, 기장군 등 4곳을 제외한 12곳의 후보를 결정했는데, 경선을 거쳐 확정된 후보 가운데 현역 단체장은 부산진 하계열, 사상 송숙희, 영도 어윤태, 연제 이위준, 남구 이종철 등 모두 5명이다.

여기에 단수후보로 결정된 서구 박극제, 사하 이경훈, 수영 박현욱 현 구청장과 여성우선 추천 지역인 중구의 김은숙 현 구청장을 포함하면 모두 9명이 현역이다.

3선 연임으로 물러난 해운대, 강서구를 제외하면 사실상 14곳 가운데 9곳에서 현역 단체장이 후보로 결정된 셈이다. 더구나 경선이 남아있는 북·금정구에서도 새누리당 현역 구청장 후보가 나올 가능성이 있어 현역 후보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현재까지 현역 단체장이 아닌 후보가 선출된 곳은 동구의 박삼석, 강서구의 노기태, 동래구의 전광우 등 고작 3명에 불과하다.

이처럼 현역 구청장들이 강세를 보인 것은 주민 여론조사를 경선에 방영하는 상향식 경선 때문이다. 상향식 경선을 할 경우 당연히 인지도면에서 앞선 현역이 상당한 이득을 볼 수밖에 없다. 상향식 공천을 ‘기득권 지키기’라고 비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공천제도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장애인이나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의 정계진출’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경선폐해’를 막을 수 없다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지금 포항에선 경선을 하루 앞두고 터져 나온 새누리당 포항시장 후보의 금품살포 소식으로 지역 정가가 패닉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경선에 앞서 1차 컷오프 여론조사에서는 선거 사상 최초로 전화착신을 통한 여론조사 조작으로 모성은 후보가 후보직을 사퇴하고 검찰조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는가하면, 급기야는 경선을 하루 앞두고 공원식 후보측 선거운동원이 대의원 20여명을 상대로 20~200만원씩 1000여만원의 금품을 뿌린 사건이 발생해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됐다.

새누리당만 그런 게 아니다.

상향식 공천을 하겠다는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전남도지사 후보들의 당비대납의혹이 불거져 나오기도 했다.

정당공천의 폐해 중 가장 심각한 문제인 금권타락 선거를 부채질하는 게 바로 상향식 공천인 셈이다.

즉 상향식 공천은 현역과 토호세력의 기득권을 보호하고, 사회적 약자의 정계진출을 차단할 뿐만 아니라, 금품동원 등 온갖 폐해의 근원이 되는 가장 나쁜 방식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여야 모두 상향식공천을 포기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지금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공천과 관련해 모두 ‘배심원단’을 꾸리고 있는데, 그것을 제도화하는 방안도 고려할만하다.

다만 이번 지방선거만큼은 당초 여야가 약속했던 경선룰을 그대로 적용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이제 와서 룰을 바꾸면 혼란이 야기될 뿐만 아니라, 당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상향식 공천의 폐해를 지적했던 필자의 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았던 여야 지도부의 무심함이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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