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공천= ‘개혁공천’ vs. ‘측근공천’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4-05-07 15: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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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윤장현 새정치민주연합 광주광역시장 후보가 7일 자신은 ‘전략공천’된 것으로 ‘정략공천’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이날 MBC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전략공천은 문민정부·국민의 정부 시절부터 소외된 자와 약자, 혹은 새로운 인물의 수혈 수단으로 활용되었으며 당시 선택된 많은 사람들이 한국 정치·사회에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물론 맞는 말이다.

윤 후보의 지적처럼 ‘소외된 자와 약자, 혹은 새로운 인물의 수혈’을 위해 전략공천은 불가피한 제도다.

필자 역시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무(無)공천을 고집할 당시, 장애인이나 여성 등 소외된 자와 사회적 약자, 정치신인 등의 정계진출 통로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공천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따라서 ‘측근 챙기기’가 아니라 개혁공천의 일환으로 윤 후보를 전략공천 한 것이라면, 그것은 그다지 비판받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윤 후보의 전략공천이 과연 개혁공천인지는 의문이다.

지금 새정치민주연합 전국여성위원회(위원장 유승희)와 여성 국회의원들은 “여성의무공천을 이행하지 않는 ‘새정치’는 ‘거짓’”이라며 강도 높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이들은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가 ‘새정치’의 핵심”이라며 “새정치의 가면을 쓰고 정치적 기득권을 강화하는 행위,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패권주의적 행태를 우리는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새정치연합 지도부와 각 시도당은 눈도 꿈적하지 않는다.

심지어 당 지도부는 광주시장, 안산시장 전략공천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그동안 논의해왔던 여성기초단체장 전략공천을 포함하여 향후 전략공천은 없다고 선언해 버렸다.

정말 황당하다.

이로써 새정치연합의 전략공천은 개혁공천의 일환이 아니라 안철수 공동대표의 ‘측근 챙기기’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실제 광주시장 윤장현 후보와 안산시장 제종길 후보는 모두 안철수 측 사람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그들을 공천하기 위해 ‘전략공천’이라는 카드를 사용하면서도 정작 배려해야할 여성 후보들을 위한 전략공천 카드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찢어버린 것이다.

이게 과연 안철수 대표가 그토록 강조하는 새정치이고, 개혁공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사고 직전만 해도 '지방선거 개혁공천 TF(태스크포스)'(위원장 노웅래 사무총장)를 구성하고 여성배려 등 혁신 공천지침을 마련해 각 시ㆍ도당위원장들에게 전달하는 등 ‘여성공천’에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었다.

이계안·오영식 서울시당 공동위원장과 이목희 서울시당 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도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당은 여성, 장애인, 청년 등 사회적 소수자와 새터민, 국가유공자 등을 배려한 공천 결과를 내놓을 방침”이라며 ‘여성배려’ 의사를 분명히 한 바 있다.

더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당헌에 ‘공직선거 지역구선거 후보자 여성추천 30%’ 조항을 두고 있는 마당이다.

그런데 안철수 공동 대표의 측근인 윤장현, 제종길 후보가 전략공천을 받자마자 여성전략공천방침을 일방적으로 폐기시켜 버린 것이다.

이에 따라 안철수의 전략공천은 ‘개혁공천’이 아니라 ‘측근공천’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만일 안철수 대표에게 새정치, 즉 개혁공천을 실시할 의지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비록 측근공천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여성공천은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지금 여당인 새누리당은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기초자치단체장 여성후보로 서울 3곳과 경기 2곳, 부산 1곳, 대구 1곳 등 모두 7개 지역의 후보를 확정하는 등 개혁 공천의지를 관철시킨 바 있다. 서울에서도 이미 종로·용산·서초 등의 3개 지역을 여성공천 지역으로 확정해 여성 구청장 후보를 확정했고, 강남과 송파도 여성 구청장 후보가 나온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무려 5개 자치구에서 여성이 구청장 후보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전체의 20%다.

그런데 정작 새정치 깃발을 내세운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과연 서울 여성구청장 후보로 몇 명이나 낼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만일 여당에 버금가는 숫자의 구청장 후보를 내지 못할 경우, ‘새정치 깃발은 거짓’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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