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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계모 눈치를 보다가 계모가 잠깐 한 눈 파는 사이에 ‘슬쩍’ 주먹밥 한 덩이를 입에 넣은 죄(?)로 심한 매타작을 받는 의붓자식을 연상하게 된다.”
어느 시사만화가가 안철수 공동대표 앞에 놓인 비참한 현실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필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딱 그 모양새다.
사실 안철수 공동대표는 민주당과 합당할 당시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등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었다. 심지어 ‘굴에 들어와 보니 호랑이가 없더라’며 민주당계를 가볍게 여기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6.4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어떤가.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13일 전북도지사 경선을 끝으로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공천자 가운데 안철수계 인사는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 단 한 사람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민주계가 차지했다.
심지어 안철수 대표가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강봉균 전 장관마저 전북도지사 경선에서 민주계 송하진 후보에게 패하고 말았다. 안철수가 영입에 공을 들이던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도 민주계 김진표 의원에게 밀렸고,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이석형 전 함평군수도 전남도지사 경선에서 이낙연 의원에게 큰 차이로 패했다.
거대한 민주계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측근 챙기기’를 하는 게 여의치 않았을 것이다.
만일 안 대표가 기습적인 전략공략으로 윤장현 후보를 챙기지 않았다면 안철수 계는 경선에서 전멸했을 것이다.
실제 윤 후보에 대한 전략공천은 기초연금법 '타협안'이 처리되던 2일 밤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민주계의 시선이 온통 기초연급법에 쏠려 있을 때 슬쩍 전광석화처럼 처리한 것이다.
시사만화가가 이런 안 대표의 모습을 ‘계모가 한 눈 파는 사이에 눈물겨운 주먹밥 한 덩이를 입에 넣는 의붓자식의 모습’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계는 그마저도 용납하지 않는 모양새다. 안 대표를 향해 민주계 인사들이 벌떼같이 들고 일어나 몰매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정청래 의원은 최근 ‘참을 만큼 참았다. 안철수의 공천만행을 규탄한다’는 제목의 글 4편을 자신의 트위터에 잇달아 올려 안 대표를 비난했다. 광주광역시장 후보로 안 대표측 인물인 윤장현 전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을 전략공천 한 것에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심지어 그는 의원총회에서 안 대표의 전략공천 문제를 거론하며 "국민과 당원이 원한다면 이제 안철수 규탄의 깃발을 들 때다. 당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국민과 당원이 원한다면 당 대표 퇴진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특히 올 초부터 수석대변인으로 활동해왔던 이윤석 의원은 지난 12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를 향해 "공천 문제로 이렇게 혼란스럽게 하려면 차라리 당을 떠나라"고 폭탄발언을 했다.
그는 또 안철수 공동대표를 겨냥, "오직 나만 대통령 후보라는 아집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대통령선거 불출마를 선언한다면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새정치를 위해 기득권을 버려 달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근 원내대변인직에서 물러난 박수현 의원도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나타난 안철수 공동대표측 인사들의 행동을 비판하며 안 공동대표를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박지원 의원까지 안철수 대표를 공격하고 나섰다.
박 의원은 "오죽했으면 당의 수석대변인이 의총에서 면전에 두고 당을 떠나라고 했겠나"라며 "대변인이 그렇게 의총장에서, 면전에서 당 대표에게 당을 떠나라고 한 것은 처음이다. 그렇지만 그런 마음들이 우리 130명 의원들의 마음이었다"고 안 대표 사퇴론에 힘을 보탰다.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달랑 한 자리를 전략공천 했을 뿐인데도 이같이 몰매를 맞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기껏 챙겨준 윤장현 후보도 지금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다.
민주계 강운태 광주시장과 이용섭 의원이 후보단일화를 이루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윤 후보와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광주시장 선거에서마저 윤 후보가 패한다면 안철수계는 전멸하는 셈이다. 그런데도 민주계 의원들로부터 돌팔매질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안철수의 처지가 딱하다 못해 처량하다는 느낌마저 지우기 어렵다. 어쩌면 민주계 인사들은 지지율이 급락한 안철수 대표를 ‘미운오리새끼’나 계륵(鷄肋)으로 치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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