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해’ 안철수 vs. ‘뜨는 해’ 손학규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4-05-15 16:2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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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필자는 지난 3월13일 <손학규 vs. 안철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상임고문은 ‘뜨는 해’로 주목을 받는 반면, 같은 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지는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그런데 불과 두 달여 만에 그 예측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우선 6.4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인 경기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실시한 당내 경선에서 손학규계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진표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한 반면 안철수 의원이 그토록 영입에 공을 들였던 김상곤 후보는 맥없이 주저앉고 말았다.

실제 김진표 후보는 손 고문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찬열 의원을 비롯해, 김종희 경기 용인병 지역위원장, 송두영 고양 덕양을 지역위원장, 김병욱 동아시아미래재단 사무총장 등의 도움을 받고 승리했다.

반면 신당 창당 전 안철수측의 러브콜을 받으며 몸값을 높였던 김상곤 전 교육감은 패배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3일 전북지사 경선에선 안 대표가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민주당 출신인 송하진 전 전주시장에 참패했고, 전남지사 후보 경선에서도 안철수측 이석형 전 함평군수가 민주당 출신 이낙연 의원에게 고배를 마셨다.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경선에서 안 대표측 인사는 단 한명도 살아오지 못하고 완패한 것이다.

안 대표측 인사로 유일하게 광역단체장 후보로 확정된 사람은 광주시장에 전략공천 된 윤장현 후보다. 그마저도 당의 전략공천에 반발해 탈당한 이용섭-강운태 후보가 오는 28일까지 단일화를 마무리하기로 전격 합의함에 따라 당선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무리한 전략공천에 따른 후유증은 매우 심각하다. 안철수 공동대표가 당내 민주당 출신 의원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이다.

안 대표를 향해 ‘당을 떠나라’는 요구가 있는가하면 ‘규탄에 앞장서겠다’는 무시무시한 목소리까지 여과 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만일 광주시장 선거에서 윤장현 후보가 ‘이용섭-강운태 무소속 단일후보’에게 패할 경우 안철수 대표는 더 이상 대표 자리를 지키기 어렵게 될 것이다. 어쩌면 등 떠밀려 당을 떠나야 하는 극단적인 사태가 벌어질 지도 모른다.

반면 손학규 상임고문의 주가는 연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김진표 경기도지사 후보 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로 하고, 활동에 들어갔다.

특히 손 고문이 7.30 재보선에서 새누리당 김문수 현 경기지사와 한판 승부 끝에 승리할 경우 그의 주가는 단숨에 천정부지로 치솟게 될 것이다.

손 고문은 지난 2011년 4.27 재보궐선거 당시 야당의 사지(死地)라는 분당 보궐선거에 출마해 거물급인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와 맞붙어 승리한 바 있다. 그의 기적적인 승리를 언론은 ‘분당대첩’이라고 불렀었다. 이후 당 지지율은 상당히 큰 폭으로 올랐고, 당은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그러자 당내에서 그의 정체성을 문제 삼았던 사람들까지 '손비어천가'에 가세하는 등 그의 위상이 달라짐을 실감케 하는 일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손 고문은 그때처럼 새누리당 유력 대선주자 가운데 한사람인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맞붙어 승리하고 당에 활력을 불어 넣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실제 손학규 고문측 관계자는 최근 <시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손 고문이 야권 재구성에 도움이 된다면 7월 재보선 출마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럴 경우 김문수 지사를 상대로 한 맞불작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손 고문이 출마를 결심할 경우 김 지사가 출마하는 지역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손 고문이 김 지사와 대결을 하려면 자신에게 유리한 지역구를 포기해야 한다. 경기도지사를 지낸 손 고문에게 가장 유리한 지역을 꼽으라면 도청 소재지가 있는 수원일 것이다. 그런데 수원에서는 4개 선거구 가운데 무려 3개구에서 재보궐선거가 예정돼 있다. 그 중 어느 한 지역을 선택하면 손쉽게 당선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문수 지사가 도지사직을 중도사퇴하지 않고 임기를 마침에 따라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경기도 지역의 출마는 법적으로 불가능하게 됐다. 따라서 서울에서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손 고문은 그가 어느 지역을 선택하든 그 쪽에서 출마하겠다는 것이다.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독자신당’을 외치다가 어느 날 갑자기 ‘통합신당’을 선언하는가하면, ‘무공천’을 주장하다가 슬그머니 철회하는 안 대표의 모습과 선당후사 정신으로 당의 이익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던지는 손 고문의 모습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어쩌면 이런 차이가 안 대표를 ‘지는 해’로, 손 고문을 ‘뜨는 해’로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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