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론’ 반대...‘이념검증’은 필요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4-05-19 16: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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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서울시장 후보 첫 토론회가 열린 19일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가 이념문제를 놓고 서로 격론을 벌였다.

정 후보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 북한 인권, 국가보안법 등에 대한 박 후보의 그간 행보를 문제 삼으며 집중적으로 '이념 검증공세'를 펼쳤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시민들이 철 지난 색깔론에 설득 당하겠느냐"며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먼저 정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3년 간 박 후보가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2500억원을 썼다"며 "(마을공동체를) 국가보안법 위반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 주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해직교사 등인데 걱정 된다"고 지적했다.

정 후보는 또 박 후보가 제주해군기지와 평택미군기지가 미국의 전쟁 침략기지라는 문서에 서명한 것과 “국가보안법이 사문화됐다”고 주장한 사실을 거론한 것을 지적하면서 “그렇다면 '이석기 재판'은 살아있는 사람을 죽은 법을 갖고 재판을 하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지금 와서 (정 후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철 지난 색깔론"이라며 "시민들이 철지난 색깔론에 설득 당하겠느냐"고 발끈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는 "정 후보에 대해 할 말이 없어서 가만히 있는 거라고 생각하느냐"고 쏘아 붙였다.

일단 필자는 이번 지방선거가 색깔론으로 얼룩지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다. 그러나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사건 등이 불거진 지금, 1000만 서울시민의 수장에 대한 이념검증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그러면 정 후보의 ‘이념공세’는 ‘검증’일까? 아니면 ‘색깔론’일까?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색깔론’이라는 의심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내용을 볼 때에 이는 오히려 ‘검증’에 가깝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따라서 박 후보는 ‘색깔론’을 운운하며 답변을 회피하기 보다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 상세하게 해명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우선 마을공동체 문제를 보자. ‘마을공동체’라는 이름은 얼핏 들으면 그럴듯해 보인다.

그런데 주민이 주체가 되는 공동체가 아니라 사실상 관이 주도하는 공동체다. 실제 공동체에 필요한 자금 중 90%가 서울시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지역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부담하는 비용은 고작 10%에 불과하다. 그런 의미에서 마을공동체는 사실상 서울시 직속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마을공동체 운영에 따른 실질적인 수혜를 받는 지역 활동가들은 박원순 서울시정에 종속된 계약직 공무원이나 다름없는 것 아니겠는가.

문제는 그들 활동가들 가운데 상당수가 ‘종북정당’으로 의심받는 통합진보당이나 통합진보당을 지지하는 민주노총과 관계있는 인사들이라는 점이다.

2013년 서울의 마을공동체 사업은 총 22개 사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시예산 222억 원이 할당됐다.

과연 우리 서울시민들이 낸 그 어마어마한 세금을 소수 마을공동체 사업가들의 편익을 보장하기 위해 그렇게 함부로 써도 되는지 의문이거니와 특히 활동가들 가운데 좌편향 인사들이 포함됐다면 그것은 더욱 큰 문제 아니겠는가. 박 시장이 이에 대해 분명하고도 납득할만한 설명을 서울시민들에게 해 줘야 할 의무가 있다. 이것을 색깔론 공세라며 답변을 회피하는 것은 옳지 않다.

또 박원순 후보는 평택미군기지 반대에 이어 제주해군기지도 반대했었다.

실제 박 후보는 지난 2011년 5월31일 ‘생명평화결사제주순례단’ 주관 아래 열린 ‘강정마을의 오늘과 내일’ 대담에 참석,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대해 “국민주권, 국민의 행복추구권, 적법 절차의 원칙 세 가지 중 그 어느 것도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비판했었다.

심지어 박 후보는 강연 이후인 6월9일에는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민노총 등 111개 단체로 구성된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주도의 ‘제주해군기지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각계인사 선언’에 박상증(아름다운재단 이사장), 정현백(참여연대 공동대표), 백낙청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명예대표 등의 인사들과 함께 서명에 참여하기도 했다.

앞서 박 후보는 평택 미군기지 이전 건설 당시에는 '전쟁침략 기지' 건설이라면서 반대한 바 있다.

박 후보는 지금도 평택미군기지와 재주해군기지는 ‘침략전쟁 기지’라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당시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던 것인지 명확한 자신의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만일 당시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면 최소한 서울시민들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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