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양평군, 물소리길 3개 코스 개발

박근출 기자 / pkc@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4-06-18 14:3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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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내음 맡으며 심신 재충전… 물 소리 따라 80리길 걸어볼까
▲ 물소리길의 모습. 2013년에 만들어진 길로 올 가을 제3코스 완성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느티나무와 물안개 절경 일품인 1코스
2코스 피크닉존 연인 데이트장소 인기
3코스 양평시장~용문면 올 가을 완성

[시민일보=박근출 기자]무더운 여름, 더위를 말끔히 씻겨줄 푸른 녹지 공원, 수목원, 강변길은 물론이고 걸음을 멈추고 잠시 쉬며 미술관·박물관을 둘러볼 수 있는 걷기 좋은 길이 있다.

경기 양평군의 '물소리길'은 접근성이 용이하고 다양한 볼거리가 곳곳에 산재돼 있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물소리길은 2010년 나라 전체에 걷기 열풍을 몰고온 제주 올레길을 만든 서명숙 이사장과의 인연으로 2013년에 만들어진 길이다. 이 길은 남한강을 따라 걸으며 흙과 자연을 접할 수 있는 나그네길이다. 특히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에 위치한 데다 양평까지 연결되는 전철역이 있기 때문에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 찾아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쉴 수 있다는 것이 제주 올레길보다 더 뛰어난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이 길은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보이는 지하철 양수역에서 시작해 고들빼기마을, 원일기마을, 단풍마을, 들꽃마을 등의 시골 동네를 지나는 길과 몽양 여운형 생가, 양근향교, 들꽃수목원, 천주교 양근성지, 양평군립미술관을 거쳐 양평전통시장을 지나는 길로 나눠 총 30.2km 구간의 2개 코스가 운영 중에 있다.

군은 현재 운영하고 있는 2개 길에 더해 양평시장부터 용문면으로 가는 제3코스를 올 가을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기존의 코스가 시골 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길이었다면 새로 만들어지는 코스는 남한강과 흑천을 따라 추읍산을 지나 정철이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했던 길인 관동대로에 포함된 용문면, 상원사, 용문사를 지나는 코스로 자연에 더 가까운 길이다.

■물소리길 1코스

양수역에서 출발해 국수역까지 이어진 물소리길 1코스는 13.8km로 부용산 약수터 등이 자리하고 있다. 도보 이동시 5~6시간 소요되며 ▲용담마을 입구 ▲산양산삼밭 입구 ▲여운형 생가 기념관 ▲강변산책로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마련돼 있다.

1코스의 시작지점에는 두물머리가 보인다. 두물머리라는 이름은 두 개의 물줄기가 만나는 곳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양수리의 순우리말에서 유래됐다. 400년 된 느티나무와 물안개가 절경을 이룬 이곳에서 각종 영화·드라마·CF 등이 촬영됐다.

또한 민족의 자주독립과 평화통일에 이바지한 몽양 여운형 선생의 생가와 기념관도 코스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기념관의 경우 여운형 선생이 서거 당시 입있던 혈의, 장례식에 사용된 만장, 서울 계동 집에 있던 책상, 2008년 추서된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등의 유품과 자료를 전시해 선생의 삶과 정신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물소리길 2코스

물소리길 2코스는 국수역~양평역으로 이어진 총 16.4km의 길로 6~7시간이 소요된다. 2코스 안에는 ▲고들빼기마을 ▲남한강 강변길 자전거도로 ▲옥천 수공원 ▲들꽃마을 ▲들꽃수목원이 자리하고 있다.

들꽃수목원에는 우리나라의 토종야생화 200종이 전시·분포돼 있고 어린이들은 물론 온가족이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특히 수목원내 미로공원과 피크닉존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각광받고 있으며 활쏘기 체험과 잔디썰매는 가족과 나들이 나온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자연과 하나되는 길-물소리길 3코스

올 가을 완성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3코스는 양평시장~흑천~추읍산~용문면으로 이어진 길이다.

양평시장을 지나 조금만 더 가면 양근 나루터가 나온다. 이 나루터는 당쟁이 한창 심하던 광해군 시기 혼란하고 어지러운 정치에 등을 돌리고 아름다운 자연 속으로 떠난 택당 이식, 현곡 정백창, 소암 임숙영 등이 모여 저항 운동을 펼쳤던 곳이다. 이곳은 혼란한 정치에서 빠져나온 이들이 마음의 휴식을 찾아올 만큼 자연이 아름답다.

남한강을 따라 걷다보면 물빛이 검다고 해서 ‘흑천’이라 이름 붙여진 하천이 나온다. 이 하천은 양평군 개군면 양덕리에서 남한강과 합류한다. 조선 후기 발생한 거상 중 주로 한강을 통해 활동하던 경강 상인들이 한양으로 가다가 비가 오거나 풍랑을 만나는 등 쉬어갈 일이 생겼을 때 흑천 인근 주막에 들어가 해장국과 막걸리를 마시며 쉬어가던 곳이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양평해장국이 이곳에서 유래됐다. 양평해장국은 조선 후기에도 유명해 서울의 돈 많은 한량들이 겨울에 한강이 얼면 그 얼음길을 이용해 양평의 해장국을 한양까지 주문해 배달해먹었다는 기록이 남아있기도 하다.

흑천을 따라 올라가면 추읍산이 있다. 추읍산은 음기가 있어야 잘 자라는 버섯이 자라지 않을 정도로 양기가 풍부한 산이다. 추읍산과 관련된 일화가 조선왕조실록과 야사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한 풍수지리가가 예종에게 현재의 영릉터를 추천했는데 그곳의 땅을 파니 물이 끝없이 솟아올라와 임금을 유린한 죄목으로 참수형을 선고받았다. 그 풍수가는 마지막 청으로 자신이 추천한 땅의 강 건너편인 양근에 위치한 추읍산 꼭대기에서 흙을 한 삽 퍼내면 이곳에서 샘솟는 물이 추읍산으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 요청대로 했더니 물이 추읍산으로 빠져나갔는지 더이상 물이 솟아오르지 않았다는 일화가 전해지는 곳이다.

추읍산을 지나면 용문면이 나타난다. 용문면은 정철의 관동별곡 중 한 구절인 “말을 갈아타고 흑수로 들어가니 섬강이 어디더냐 치악이 여기로다” 란 구절에서 나오는 ‘흑수’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흔히 여주로 알려져 있지만 당시의 길과 행정구역을 비교해보면 흑수는 용문면이다. 이곳에는 5·10일장이 서는데 조선시대 임금에게 진상품으로 올릴 정도로 질이 좋았다는 산나물과 채소가 유명하다.

코스의 끝자락에 위치한 상원사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제야의 종' 타종행사 때 쓰였다는 설이 있는 상원사 동종을 볼 수 있다. 상원사는 1907년 일본에 대항한 정미의병 봉기가 일어났을 당시 일본군이 항일의병을 소탕한다는 명목으로 용문산에 있는 모든 사찰을 불태우는 과정에서 대웅전을 제외한 모든 건물이 화재로 소실됐던 곳이다. 현재는 대부분의 건물이 다시 세워져 있는데 이곳에서 일본의 강점에 대항했던 의병들의 의기를 느낄 수 있다.

이 코스는 용문사에서 끝나는데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아들인 마의태자가 심었다고 전해지는 수령이 1100년 이상인 은행나무를 볼 수 있다. 또한 용문사가 위치한 용문산은 산세가 웅장하고 경관이 아름다워 예전부터 ‘경기도의 금강산’으로 불렸다.

구 관계자는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에 평화를 얻고, 도시의 삶에서 찌들었던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물소리길을 만들어가겠다”며 “많은 분이 물소리길로 찾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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