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손학규 갈등을 보고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4-06-18 16:5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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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정치에는 영원한 우군(友軍)도 영원한 적(敵)도 없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아마도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공동대표와 손학규 상임고문의 갈등 때문인 것 같다.

사실 안철수 대표가 옛 민주당과 합당하기 이전, 그러니까 지난해 11월28일 독자신당 창당을 공식화하는 가칭 '국민과 함께 하는 새정치추진위원회' 출범을 선언할 때만 해도 손학규 고문의 합류 가능성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상당수였다.

안 대표와 손 고문은 서로 정책이나 성향 등에 있어서 흡사한 부분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때만 해도 두 사람은 머잖아 한 배를 타는 가장 가까운 정치동반자가 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안 대표와 손 고문의 갈등이 심상치 않다.

실제 안 대표는 손 고문을 향해 잇단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우선 지난 13일 단행한 당직개편을 보자.

당시 당직개편은 창당 이후 처음 이뤄진 대규모 개편으로 당직 인선 과정에서 각 계파별 안배에 특별히 신경을 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손학규계는 단 한명도 눈에 뜨지 않았다.

실제 새정치연합 주요 신임 당직자 가운데 사무총장 주승용 의원은 김한길계, 우윤근 의원은 비계파, 인재영입위원장 유인태 의원은 김근태계, 수석대변인 유기홍 의원은 범친노계, 전략홍보본부장 김재윤 의원은 김두관계, 대표비서실장 박수현 의원은 안희정계, 전략기획위원장 송호창 의원은 안철수계로 분류되고 있다.

당초 신임 전략기획위원장으로 손학규계인 조정식 의원이 유력하다는 말이 흘러 나왔지만 결국 안철수 대표 최측근인 송호창 의원에게 돌아가고 말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안철수 의원과 통합하기 이전, 즉 ‘김한길호’가 출범할 때만 해도 손학규계는 특별한(?) 대우를 받았었다.

실제 김한길 대표는 당시 당직에서 친노계를 원천 배제하면서도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최원식 의원을 전략기획위원장으로 중용하는 등 손학규 고문을 적극 배려했었다.

그런데 안 대표가 공동대표가 되면서 손학규계는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안 대표가 지난 10일 올해 들어 처음 국회 출입기자실을 찾은 자리에서 재보선 공천원칙과 관련해 “중진들이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임하실 것”이라고 언급한 것 역시 손 대표의 불출마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손 대표는 ‘선당후사’ 정신이 매우 강한 보기 드문 정치인이다.

지난 2011년 4.27 재보선 당시 그는 이른바 ‘분당대첩’에서 승리한 바 있다.

‘분당대첩’이란 손학규 대표가 여당 후보에게는 ‘천당보다 좋은 분당’, 야당 후보에게는 ‘죽음의 땅’이라는 분당 보궐선거에 출마해 강력한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와 맞붙어 승리한 것을 일컫는 말이다.

당시 그는 측근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추락하는 민주당을 되살리기 위해 재보선 출마를 결심했고, 거기에서 승리해 결국 쓰러져가는 민주당을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당후사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단이었다. 따라서 굳이 안 대표가 손 고문에게 ‘선당후사’를 운운할 필요조차 없다. 실제 손 고문 측근은 손 고문이 가장 어려운 곳을 골라 출마할 것이란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굳이 안 대표가 ‘선당후사’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당을 위해 불출마를 하라는 무언의 압력인 것이다.

특히 안철수 공동대표와 손 상임고문측 인사들이 곳곳에 경쟁하고 있어 이번 공천경쟁이 차기 대선 후보 경쟁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수원에서는 손 고문과 가까운 이기우 전 의원과 안 대표가 독자세력화를 추진할 때 경기지사 후보로 영입하고자 공을 들였던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의 출마가 예상됨에 따라 치열한 신경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광주 광산을은 안 대표측의 정기남 정책위부의장과 손 고문측의 이남재 전 비서실 차장의 공천 경쟁이 과열양상을 빚고 있다.

결국 안 대표와 손 고문의 갈등은 차기 대권고지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지도 모르는 잠재적 경쟁자의 싹을 미리 자르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래서 정치는 비정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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