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거듭나는 계기되기를...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4-07-31 14:12:45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편집국장 고하승


'미니 총선'으로 불리던 7·30 재보궐선거가 야권의 비참한 참패로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에서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들은 15곳 선거구 중 민심의 바로미터인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경기 수원 정(영통) 단 한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패배했다. 심지어 텃밭인 전남 순천곡성에서 친박 이정현 후보에게 완패하는 수모를 겪기까지 했다.

정의당도 서울 동작을에 노회찬이라는 간판선수를 내보냈지만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에게 900여표 차로 석패했다. 노회찬 후보는 기동민 새정치연합 후보와 단일화를 통해 반전의 기회를 마련하는 듯했지만, 전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선거 도중 이뤄지는 후보 단일화의 한계를 다시 한 번 확인했을 뿐이다.

통합진보당 역시 이번 선거에서 존재감을 찾기 어려웠다.

새정치연합이 권은희 후보를 전략공천한 광주에서 장원섭 후보가 26%라는 유의미한 득표율을 기록했으나 전남 순천·곡성에서 이성수 후보가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하지 못했으며, 특히 수도권에 출마한 후보들은 출마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그 여파가 지금 야권 전체를 강타하고 있다.

우선 새정치민주연합은 김한길-안철수 체제가 좌초했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선거 다음날인 31일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지도부 구성원들에게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의중을 밝힌데 이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공식화했다. 두 공동대표와 함께 최고위원들도 모두 물러나기로 뜻을 모았다.

이로써 지난 3월26일 야권 통합으로 출범한 제1야당 새정치연합의 '김·안 투톱 체제'는 내년 3월까지인 임기를 다 채우지도 못한 채 불과 4개월여만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새정치연합은 이제 박영선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뒤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준비에 돌입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냥 새 지도부를 선출한다고 해도 새정치연합이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문제다.

지금 야권은 정계개편이 필요하다.

실제 새정치연합 대변인 한정애 의원이 31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 야권 재편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 의원은 "당 대 당 차원의 단일화는 시효가 다 됐다"며 "야권이 선거 때마다 어떤 식으로든 후보 단일화를 했지만 국민들이 보기에 그럴 것 같으면 왜 하나로 합쳐서 일을 하지 못하느냐는 식상함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야권연대가 주는 시너지 효과도 예전과 같지 않고 오히려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하는 층의 결집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야권 전체의 큰 틀에서 야권의 재정비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통합진보당에 대해서는 "대상에 놓고 있지는 않다"며 야권 재편 대상에서 제외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정의당 천호선 대표도 이날 당 상무위원회의에서 "전체 선거 결과는 야권에게 무겁고 커다란 숙제를 안겨줬다"며 "야권이 이대로라면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없다. 야권 전체의 혁신은 이제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주장했다.

사실 이런 상황이라면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이 지금처럼 굳이 따로 살림을 차릴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통합진보당은 제외하더라도 양당이 통합정당을 만드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매번 선거 때마다 후보단일화를 할 거라면 굳이 양당이 따로 후보를 낼 필요 없이 하나의 정당을 만들고 그 울타리 내에서 후보를 내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양당이 따로 후보를 냈다가 나중에 어물쩍 단일 후보를 내기 때문에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고, ‘야합’ 혹은 ‘담합’이라는 의혹만 안겨주게 되는 것이다.

그런 식상함과 의혹이 어쩌면 이번 선거패배의 주요인인지도 모른다.

물론 선거 초반만 해도 낙관적이었던 선거 판세가 급락하게 된 배경에는 새정치연합 당 지도부의 무분별한 공천 행각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광주 광산을에 전략공천하고, 이곳에 신청했던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서울 동작을로 끌어올리면서 자중지란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패인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모쪼록 야권 전체가 이번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깊은 반성을 토대로 새롭게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번 승리에 자만하지 말고 국민의 소리에 더욱 더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하승 고하승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