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상은·조현룡, 새정치민주연합 김재윤 의원이 구속되고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에 대해선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들 의원들은 하나같이 기업 및 각 협회 등으로부터 금품을 제공받고 그들에게 유리한 법을 만들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사실상 돈을 받고 ‘로비스트 금배지로’로 전락한 셈이다.
조현룡 의원처럼 당장 거액의 금품이 오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후원금 쪼개기’나 ‘출판기념회’를 동원해 돈을 받는 게 요즘 추세인 것 같다.
후원금 쪼개기란 500만원의 고액 후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그물망에 쉽게 걸리기 때문에 이권단체나 협회 등에서 임직원이나 소속 회원 명의로 10만원 소액 후원을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10만원이 모여서 수천만원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이미 청원경찰 처우개선 입법을 목적으로 38명의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 쪼개기를 통해 불법 후원금을 건넨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간부 3명에게는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그러나 후원을 받은 의원들은 선고 유예 판결을 받았을 뿐이다. 그래서 후원금 쪼개기가 더욱 횡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지금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후원금 쪼개기’ 관련 사건에 연루된 의원들은 100명이 넘는다는 소문이 정가에 파다하다.
실제 검찰은 치과협회에 유리한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주는 대가로 협회로부터 1000만원에서 3000만원까지 후원금을 받은 의원들에 대해 조만간 소환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협회로부터 돈을 받은 의원들은 이들 후원금을 공식 후원 계좌로 받았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후원금 쪼개기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이 여는 출판기념회도 문제가 있다.
말이 출판기념회지 사실상 ‘정치자금 모금회’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은 정치자금법에 따라 후원금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받고 있지만, 출판기념회에서 받는 축하금은 예외다.
얼마를 받든 금액의 제한이 없고, 신고 의무도 없다. 그래서 '출판기념회 축하금'이 '묻지마 정치자금'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던 것이다.
실제 19대 국회의원들은 지난 4년 동안 모두 279번의 출판기념회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200명 가운데 124명은 단 한 번의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하지만 54명은 두 번이나 출판기념회를 열었고, 3번 출판기념회를 가진 의원도 13명에 달했다. 심지어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 같은 경우는 무려 6번이나 출판기념회를 열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명수 의원의 경우 출판기념회 수익금을 자체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한 유일한 의원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출판기념회가 단순히 지인들과 함께 책 발간의 기쁨을 축하하는 자리로 ‘책값’을 주고 한 권의 책을 받는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가 사실상 ‘뇌물 창구’로 악용되고 있지 않는가.
즉 출판기념회가 관련기관이나 업계의 로비 창구로 변질돼 ‘검은 돈’을 주고받는 통로로 전락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신학용 의원의 경우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입법로비에 대한 사례를 출판기념회 축하금(3390만원)으로 위장해 전달한 것으로 검찰은 주장했지만 법원은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취지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로 인해 정치인들 사이에서 출판기념회를 당연시 하는 풍조가 만연될까 걱정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정치자금법을 개정해서라도 후원금 쪼개기와 출판기념회를 엄격하게 통제하도록 해야 한다.
한마디로 여야가 집적 나서서 돈 받고 법을 만들어 주는 ‘금품입법 방지법’을 제정하라는 뜻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2일 충남 천안시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2014 새누리당 연찬회'에서 잘못된 출판기념회 문화를 바꾸기 위해 당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할 방침을 밝혔다는 점이다.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음성적 정치자금 모금의 우회로로 변질된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들의 출판기념회 허용 기준을 담은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아쉬운 것은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의 태도다. 야당은 아직도 이에 대해 그 어떤 의지도 내보이고 있지 않다.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야당이 발목을 잡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금품입법 방지법’이 제대로 마련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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