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온건파는 이제 침묵을 깨라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4-08-27 15: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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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새정치민주연합이 ‘강경 노선’으로 회귀하는가 싶더니 결국 ‘투쟁의 길’로 들어서고 말았다.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 20여명이 지난 26일 밤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철야 농성을 벌인데 이어 다음날인 27일에는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 60여명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유가족이 동의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또 새정치연합은 8월 말까지 상임위원회별로 조를 편성해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 진지를 구축하고 점거 농성을 계속해 나갈 방침이다.

이런 모습만 보면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오직 ‘투쟁’의 목소리만 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실제로 당 지도부가 독려하는 장외투쟁임에도 130석이나 되는 제1야당의 총력이 모아지지 않고 있다.

철야 농성에 참석한 의원수가 고작 20여명에 불과하고, 피켓시위 참여 의원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60여명에 그친다는 게 이를 입증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혹시 ‘장외투쟁’을 반대하는 의원들이 상당수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실제 전날 변재일ㆍ김영환ㆍ김동철ㆍ이찬열 의원 등 새정치연합 15명의 의원들이 장외투쟁 반대 성명을 냈다.

이들은 ‘국회 밖으로 나가선 안 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국회의원들의 단식과 장외투쟁, 이제 이것만큼은 정말 안 된다. 당 차원의 극한투쟁은 곤란하다”며 “이미 세월호 특별법을 여야가 두 번이나 합의한 바 있는데 장외투쟁의 명분이 없지 않느냐”고 장외투쟁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또 “재야 시민단체는 말 그대로 재야에 있고, 국회의원들은 국회에 있어야 한다. 민주당이 재야 시민단체와 같은 역할을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당내 강경파 의원들을 향해 “지난해 여름 당내 강경여론 압력을 못 견디고 (서울)시청 앞에서 석달 열흘간 노숙해 얻은 결과가 무엇이었느냐”라고 반문하면서 “스스로 제안했던 분리 국정감사 첫날인 오늘 국회 일정조차 파행시키며 시작한 장외투쟁이 작년 노숙투쟁처럼 의회 민주주의 포기로 기록되고 우리와 국민 사이는 점점 더 멀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들은 “국회의원들의 장외투쟁만은 절대 아니다”라며 “이제 우리 대한민국과 우리 국회와 우리 야당도 이 정도는 졸업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강조했다.

성명에 참여한 의원수가 15명이라면, 적어도 그에 동조하는 의원수는 그 두배 정도는 될 것이다. 잘못 찍히면 총선 때 정체성이 부족하다며 공천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성명에 참여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옛 민주당은 19대 공천심사 과정에서 정체성을 평가한 일이 있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어쩌면 장외투쟁을 지지하는 의원들보다 반대하는 의원수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새정치연합이 장외투쟁이라는 극단적인 결단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야당 특유의 선명한 정체성과 투쟁을 강조하는 강경파의 분위기에 압도됐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세월호 특별법 처리문제로 열린 최근 새정치연합의 의총은 대체로 강경파가 주도하는 분위기였고, 온건파들은 그 자리에서 아예 입도 벙긋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강경파들이 흔드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진 ‘장외투쟁’ 결정이다 보니 총력이 모아지지 않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로 인해 새정치연합이 아예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사태에 대해선 온건파 역시 책임을 면키 어렵다는 게 문제다.

실제 지금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새정치연합의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 지지율의 반토막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초라하다. 20% 초반 대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본연의 임무인 의정활동을 사실상 내팽개치고 거리로 나선 정당을 지지한다면 되레 그게 이상한 일일 것이다.

따라서 새정치연합 온건파들은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 진정 당을 사랑한다면,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 새정치연합이 ‘도로민주당’이 되느냐 아니면 국민에게 비전을 주는 새로운 정당이 되느냐 하는 것은 어쩌면 온건파들의 목소리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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