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달에 관한 오해와 거짓말

오경자 / / 기사승인 : 2014-10-23 07:4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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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진 오경자 원장

▲ 법진 오경자 원장
182년 만에 찾아오는 9월 윤달(10월24일∼11월21일)로 이장·화장 업체들은 분주하기 이를 데 없다. 다음 윤 9월은 2109년이 돼야 하니 참으로 이채로운 윤달이 아닐 수 없다.

예로부터 윤달은 ‘하늘과 땅의 신(神)이 사람들에 대한 감시를 쉬는 기간으로 그 기간에는 불경스러운 행동도 신의 벌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윤달에는 아무런 재액이 없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해도 거리낌이 없다는 의미로 풀이돼 조상의 묘를 이장하거나 수의를 준비하는 풍습으로 이어져 왔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윤달 결혼과 윤달 이장 화장이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해석, 풀이되며 처음과 다른 의미의 속설로 전해지고 있다.

윤달에 결혼하면 불행해진다?
우선 윤달에 결혼하면 불행해진다는 속설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결론부터 답을 하자면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윤달 결혼식’에 대한 오해는 ‘손 없는 날 이사’ 만큼이나 보편적으로 받아들이는 기정사실이다. 그렇다면 윤달이 아닌 평달에 결혼하면 모두 행복하고 윤달에 결혼하면 모두 불행할까? 이에 대한 답은 단연코 아니올시다. 결혼이란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다.

말 그대로 남녀가 혼인을 하고 새로운 가정을 이룬 뒤 아이를 낳아 다음세대로 삶을 이어가는 것이 사람에게 있어 행해야할 가장 큰일이라는 것이다. 결혼은 각자의 사주, 관상, 심상과 궁합 등이 종합적이고 복잡다단하게 엮여있다. 이것이 어떻게 윤달이란 작은 변수에 의해 행복과 불행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단 말인가?

다만 음력 상으로 따졌을 때 결혼기념일이 매해 있지는 않는 것이 흠이다. 이는 결혼기념일을 챙겨야하는 남편의 입장에서는 기뻐할 수도 있겠지만 아내는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윤 9월은 앞으로 약 100년 정도 지나야 하기에 평생을 두고 결혼기념일이 없을 수도 있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윤달에 이장·화장하면 좋다?
윤달, 즉 썩은 달에 이장·화장을 하면 무조건 좋다는 식의 마케팅으로 화장터에 불이 꺼질 날이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윤달 이장·화장이 절대적으로 좋다는 것은 하나의 거짓말이다. 윤달 속설에 대한 믿음을 상술로 악용하는 사례들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일부 악덕업자는 필요 없는 이장을 부추기거나 ‘윤달 기간’에 수의를 터무니없는 고가에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이장·화장은 당위적인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 결코 평달·윤달이란 단일 요소에 의해 결정될 수 없다.

또 산소란 명당 여부, 관리 여부, 후손 사주 여부가 중요한 변수로 여겨져야 하는데 무조건 윤달에 이장해야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예로부터 명당이란 좌청룡 우백호가 잘 갖추어진 좋은 곳에 조상을 모셔놓는 산소를 말한다.

산소도 구조와 배치를 인간풍수학적으로 잘 배치해야 비로소 보배가 된다는 것이다. 즉 윤달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터가 좋지 않은 곳에 조상을 모신 경우에는 이런 명당자리에 이장함이 마땅하다. 또 아무리 좋은 명당에 조상을 모셨다고 해도 후손들이 바빠 관리되지 않은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산소를 잘 관리하고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경우는 오히려 화장보다 못하다. 화장은 예전에는 무덤에서 직접 행해졌다. 이는 조상을 모신 묘지에서 직접 불로 태움으로써 곧 바로 자연으로 돌아가게 만든다는 뜻을 지니고 있었는데 현대에 와서는 화재의 위험성과 사람의 편리성 때문에 화장터에서만 화장이 행해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유를 불문하고 관리와 정성이 부족한 경우에는 이장보다 화장이 바람직하며 윤달·평달 상관없이 이장과 화장을 해도 좋다. 다만 이장·화장은 전문가의 조언을 따라 산소의 배치와 구조를 따지고 후손들의 사주에 맞게 인간 풍수적으로 맞게 해야 한다. 풍수지리도 결국 망자와 산 사람을 위한 것인지라 마음과 정성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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